[기자수첩]은행장과 재벌총수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그룹 오너가 시중은행장을 직접 찾아가다니..."
지난 29일 김승유하나은행장과 최태원SK㈜ 회장이 만난 것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이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7층은행장실을 직접 방문했다. 하나은행이 SK그룹의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지만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즘 같이 은행들이 대출세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그룹 오너가 시중은행장을 직접 찾아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다. 은행장이나 기업여신 담당 부행장들이 대기업을 쫓아다니면서 대출 좀 써달라고 '부탁'하는 게 은행과 재벌그룹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날 김 행장을 직접 찾아가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사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죄의 뜻을 표했다. 그는 또 김행장에게 "그동안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는 감사의 말도 전했다. 최 회장은 특히 앞으로 그룹 및 SK네트웍스의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동안 김 행장은 고 최종현 회장과 SK그룹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SK그룹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점에 대해 여러차례 실망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최 회장의 사죄와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 표현이 주채권은행과 SK그룹간의 관계, 더 나아가서는 SK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이미지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그룹의 오너가 어쩔 수 없이 채권은행장을 찾아가는 관계여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주채권은행과 그룹 총수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만나서 사업에 대해 상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은행과 기업이 단순히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만이 아니라 파트너관계여야한다는 사실을 160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배우지 않았던가. 김진형기자j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