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노 재무장관의 침묵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달러화의 움직임이다. 지난 20일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회담에서 채택된 '유연한 환율제' 성명서가 '약한달러'를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G7 합의 이후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일본 정부는 하루 세너번씩의 구두개입으로 환율하락 속도 조절에 나섰고 전날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10엔마저 위협 당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뉴욕 연방은행을 통한 엔화 매도 직접 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을 위해 엔화 강세를 용인할 수 없다는 일본의 의지를 시장에 강력히 표현한 것.
일본의 입장이 확인된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이제 미국 정부의 달러화 정책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G7 회담 이후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이렇다할 언급을 삼간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G7 회담 이후 존 스노 재무장관이 미국의 달러 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 23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 30일에는 미 정부가 기업 실적 및 경제 회복을 향상 시키기 위해 달러 약세를 수용할 것이라는 내부보고서가 있는 소문이 외환시장이 확산됐으나 스노 장관이 아닌 그의 대변인이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이후 미국 정부가 이미 강한 달러 정책은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어 이같은 발언도 시장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옴에 따라 부시 행정부가 표를 얻기 위해서는 실업률을 떨어뜨리고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선호하고 있다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표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기존의 '강한달러'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스노가 현재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지 않는다면 시장은 결국 미국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