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3조엔짜리 교훈
"셀 재팬(Sell Japan)보다는 엔 강세가 낫다."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 재정성 장관 겸 금융청 장관이 7일 늦은 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의 발언은 엔강세에 반대로만 일관했던 일본 정책 당국자의 기존 강경론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케나카는 이와 함께 "심한 변동성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면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며 투기세력에 의한 급등을 경계한다고 덧붙였지만, 엔 강세를 대세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엔 가치는 최근 2주일 새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해 115엔에서 109엔대로 껑충 뛰었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두바이에서 '유연한' 환율 촉구를 합의하면서 엔강세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된 결과였다.
최근 환율 움직임은 각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비춰진다.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와 경상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신경제' 기대감은 버블붕괴로 끝났다. 반면 일본 경제는 수년간 지속된 불황을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책 당국은 거의 매일 수십억 달러를 들여 엔 방어에 나섰다. 섣부른 엔 강세가 경기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의한 시장 개입이었지만 외환시장의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 당국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15개월 만에 공개적으로 110엔에 '배수진'까지 쳤지만 불과 일주일 후에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 정책당국은 엔 방어를 위해 올들어 사상 최대인 13조4800억엔을 외환시장에 쏟아 부었다.
일본 당국은 이미 상당한 대가를 치룬 후에야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평범한 교훈을 얻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