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양가 자율조정의 '허울'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과다책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조정하겠다고 나섰다.
협회는 최근 `분양가 자율조정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소속 회원업체들이 오는 11차 서울 동시분양부터 투기과열지구내에서 공급하는 전용면적 85㎡(25.7평)이하 아파트의 분양가를 사전에 심의, 주변시세보다 높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다.
협회의 취지는 나무랄데 없다. 그러나 몇가지 석연찮은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최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시점이라는 게 그렇다. 실제 분양가 원가공개가 입법화된다면 업체들로서는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이상 아파트사업을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분양원가 공개만은 막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것만 봐도 그 절박함을 알 수 있다.
자율조정에 대한 보증과 검증장치가 전혀 없는 것도 실제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업체들은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하는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주변 시세보다 높지 않게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민은행이나 정보업체 시세를 활용해 신규 분양가의 과다책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보업체의 시세는 중개업자의 시세 부풀리기로 상당부분 거품이 들어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아파트의 내외부는 대동소이 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의 건축비는 평당 1200만원이고 지방은 평당 250만원이라고 한다. 도대체 주택업체의 셈법을 알 수가 없다. 겉으로는 자정노력을 하는척 하면서 속으로는 또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면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소비자가 더 이상 봉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