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위의 오럴해저드
신용카드업계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자들의 책임론이 점입가경이다.
올초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카드사에 대한 강력 규제를 내놓으며 '카드사의 무분별한 확장경영이 가계대출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3~4월 카드채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서는 카드사의 부실영업과 함께 시장의 과민반응을 원인으로 꼽았다.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규제개혁위원회가 길거리 카드모집 규제를 반대했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에는 자산관리공사의 채무탕감 계획과 이로 인한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카드부실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카드사에 대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의 부정적인 보고서 탓도 했다. 강도를 더해 최근들어 연체율 악화, 적자확대 등으로 카드사 부실이 우려된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카드대란의 책임은 언론"이라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니까 금감위가 볼 때 카드문제를 양산한 주범들은 카드사·채무자·규개위·애널리스트·자산관리공사·시장·언론등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카드문제의 중심에는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수부양을 명목으로 공격적인 카드 권장책을 폈던 정부 경제팀과 이같은 정책에 부응,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영업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감독 당국의 사후관리 소홀이 자리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카드문제는 시장실패라기보다는 정책실패의 부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누구 책임이냐를 따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금감위가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를 덮어가는 과정에서 카드정책은 '누더기'로 전락했고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국내 굴지의 카드사가 자금을 외부에서 수혈받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카드채시장과 카드산업은 다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금감위가 언제까지 남 탓만 할지, 이번엔 어떤 수사를 동원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