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고통을 너무 빨리 잊는 한국인
며칠전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씨가 1998년을 전후한 아시아의 IMF 위기 상황을 회고한 `불확실한 세상에서' 라는 책을 공개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의 0.25%' 라는 제목으로 책 내용의 일부를 소개했는데 내용인 즉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판단으로 이어지게 된다" 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려고 할 때 0.25%포인트 많다고 우리측이 주장하자 루빈 장관이 참을성을 잃고 “나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 한국은 당신의 나라이지 내 나라가 아니다” 라고 받아치며 사람들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데 당혹스러웠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한푼이라도 비용을 아끼려고 노력한 행동이 여유만만한 그들이 보기에 답답해 보였을 것입니다.
어쨌든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평가하거나 비판하면 우선 기분이 나쁘고 때로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러나 차분히 흥분을 가라 앉히고 되삭여 보면 우리들이 반성하고 고쳐야 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외국인이 아니라도 우리 조상님들 중에도 우리들의 잘못으로 당한 많은 고통과 수모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구절절이 후손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 글로 남긴 소중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징비록입니다.
약 4백년 전 서애 유성룡이 당시 자신들에 대한 반성과 통한을 피력해 후손들에게 많은 깨우침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나의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懲)하여 후에 환란이 없도록 삼가(毖)하노라"며 그 책을 저술하였던 것입니다.
징비록의 내용이 임진왜란 전의 일본과의 관계로부터 임란의 마지막까지 당시의 정치, 경제, 외교에 관한 종합적인 저술이며 우리민족의 수난사이기도 해 그 중요성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훌륭한 기록이 남아있고 국보로까지 지정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임진왜란 이후 300여 년 만에 다시 일본에 합방되어 뼈아픈 36년간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IMF 금융위기를 맞은지 6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금융구조조정, 기업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 외환보유고도 140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확보했고 무역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는 부동산 투기, 무절제한 개인소비에 따른 개인 신용불량 문제, 정치자금 문제, 기업들의 투자의지 쇠퇴 및 공장 해외이전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문제, 사교육비 문제를 야기한 교육제도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본은 매년 9월이 되면 80년전 관동 대지진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각종 지진 대비 훈련을 수십년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97년 12월초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당시를 다시는 잊지 않기 위해 매해 12월 초를 IMF 위기와 그에 따른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한 기간으로 정해 다시한번 차분히 우리자신을 되돌아 보며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고통을 받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징비록을 국보로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우리 모두가 유성룡의 사무치는 반성을 되삭여보며 고통을 잊지 않고 매사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