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사 직원과 은행원
"이제 카드사 직원이 아니라 은행원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난 KB카드(구 국민카드) 직원이 첫인사로 건넨 말이다. 근데 앞으로 이런 말을 자주 들어야 할 것 같다. 지난 10월 1일 국민은행 국민카드 합병에 이어 지난 21일에는 외환은행 외환카드 합병이 결정됐다. 여기에 28일에는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합병도 최종 결론날 예정이니 말이다.
이처럼 은행계 카드사들이 모은행으로 흡수 합병되는 것이 카드업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카드사의 부실이 커지면서 사실상 외부 자금조달이 중단되고 있고, 유동성 위기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은 은행 사업부로 다시 자리를 옮기는 셈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신용카드업 특성상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마케팅과 영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분사가 필수적이라며 일제히 은행 문을 박차고 나갔다. 지난해 2월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6월에는 신한카드가 새롭게 탄생했고 조흥은행 역시 카드사업부 분사를 추진했으니 카드사업부 분사가 대세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은행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신한카드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겨우 낙제만은 면했다. 은행계 카드사들이 다시 보따리를 꾸려 은행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한가지로 딱 잘라 말하기 힘들다.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여기에 신용불량자까지 늘어나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한번 따져볼 일이다. 분사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마케팅과 영업에 있어 전업계 카드사와 당당히 경쟁하도록 하겠다던 원칙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를 말이다.
분사 이후에도 중요한 결정은 은행과 협의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했다. 또 대부분 경영진이 모은행 출신들로 채워지다보니 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임원진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구조적으로 분사의 장점을 살리기 힘든 구조였다.
은행계 카드사가 됐건, 은행의 카드사업부가 됐건 이번 실패를 거울 삼아 거듭나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 이 마저 실패한다면 다시 분사를 하겠다고 할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