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계에 닥친 CB망령
대선자금 불법모금에 대한 검찰수사로 뒤숭숭한 가운데 이번에는 삼성 애버랜드의 전환사채(CB) 변칙증여 기소로 재계가 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최근 두산, 현대산업개발 등 재벌 오너일가가 신주인수권부 사채(BW)로 곤혹을 치른 상태에서 이번 검찰조치로 재계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선진기업들은 주가나 회계조작은 있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가 불거진 적은 보기 드물다. 이 때문에 검찰의 기소결정은 국내기업이 선진지배구조를 구축해야한다는 비판에 재계는 변명할 여지가 없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을 자부해 온 삼성이 이번 CB문제로 이에 걸맞지 않는 지배구조문제가 부각된 것은 안타깝지만 2,3세에 대한 후계 문제를 진행중이거나 앞둔 재벌은 각종 편법을 이용해 상속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이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검찰의 혐의인정이 기업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 안 좋을 때 나왔다는 볼멘 소리도 높다.에버랜드의 CB문제는 이미 3년 반 전에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사건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에 혐의를 인정, 마지못해 처리한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재계의 지배 구조의 불투명성을 상징하는 중대사건을 검찰이 기업들이 한참 어려운 시절에 터뜨렸다는 비난받을 소지가 크다. 검찰이 벌써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던 사항인데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대선 불법자금 수사로 가뜩이나 도덕성과 신뢰성이 훼손되고 상황에서 뒤늦게 기소한 것은 재계를 두번 죽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대선자금 수사와 더불어 이번 삼성 CB 변칙증여 혐의 인정 등 악재란 악재는 다 나온 만큼 향후 기업들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빨리 조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