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번호이동성과 휴대폰 과소비

[기자수첩] 번호이동성과 휴대폰 과소비

이성주 기자
2003.12.03 09:24

[기자수첩] 번호이동성과 휴대폰 과소비

내년 1월부터 실시되는 번호이동성 제도로 인해 이동통신 업계는 마치 전쟁터를 보는 것같다.

상대방 가입자를 합법적으로 빼앗아갈 수 있는 절대 호기에 LG텔레콤은 사활을 건 승부수를 던지고 있고, KTF도 내년 상반기 동안 누릴 수 있는 SK텔레콤 고객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SK텔레콤은 이에 맞서 수성 마케팅에 대단위의 마케팅 비용을 쏟기 시작했다.

모 통신업체의 경우 이미 사장부터 시작해 임직원이 매일 고객사 가입자를 전환한 성과를 점검하며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이동통신 업체가 번호이동성제도로 인해 벌이는 `혈투'를 즐기면서 감상하는 곳은 다름 아닌 휴대폰 업계다.

LG증권이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번호이동성 제도실시로 내년 휴대폰 시장은 올해보다 13%가량 늘어난 1549만여대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제도 도입이 휴대폰 업계에 `단비'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LG텔레콤과 KTF는 이미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전년도에 비해 최소 10~20% 많은 물량을 주문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부에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해달라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SK텔레콤은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한 방책으로 휴대폰 종류를 다양화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휴대폰 주문량을 늘려 놓은 상태.

휴대폰 업체들은 이렇듯 이통업체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격전을 벌이며 휴대폰을 찾으니 말 그대로 `누워서 떡먹기'라고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그러나 번호이동성이라는 고객중심의 제도가 자칫 쓸만한 휴대폰을 내다 버리는 `낭비전'으로 전락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휴대폰 소비자들의 휴대폰 교체기간은 과소비로 지적될 만큼 너무 짧다는 지적을 숱하게 들어온 터다.

여기에 새로운 휴대폰 물량 공세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려는 이통업체들의 `과도한 마케팅'이 맞물리면서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쪼록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의식이 요구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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