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

[CEO칼럼]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

데이비드 루카스 진로발렌타인스 사장
2004.01.11 19:16

[CEO칼럼]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

지난 1998년 업무차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나는 1년 뒤인 99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월드컵의 열광 속에 섞여 열심히 '대~한민국'을 외쳤고, 한국인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도 지켜봤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나라로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에 대해 알수록 경이로움과 함께 값진 교훈을 얻게 된다. 국토는 넓지 않지만 지방마다 음식, 풍습, 사투리 등이 다양하고 특색이 있다. 또한 한국 사람들은 인정이 많고 주변 사람들의 대소사를 함께 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장례식, 결혼식, 회갑연장에 사람들이 붐비고, 장지에 따라 가는 것 등이 예다.

내가 자란 잉글랜드는 사실 별로 내놓을 만한 음식이 없다. 그에 비해 한국의 음식은 지방별로 상당히 다양하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도 조심씩 다르고 먹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한국 음식을 먹으면 그 맛을 즐기는 것 외에 그 음식을 먹고 즐기는 문화까지 누릴 수 있다.

또한 한국 음식은 대부분 맛있고, 신선하며 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한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식당이 많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 소비자에게는 무한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한국의 음식문화 중 독특한 점은 가족과 동료와 함께 갖는 회식 자리에서 깊은 연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큰 불판 위에 같이 고기를 얹어 같이 구워 먹고, 큰 냄비에서 끓고 있는 찌개를 같이 떠 먹는다. 여기에 곁들어 소주잔을 돌리는 것도 상당히 정감 있고, 어떤 면에선 매력적이다.

한국의 음주 문화는 음식 문화와 마찬가지로 '연대감'의 미덕이 있다. 한국에서의 술은 커뮤니케이션을 부드럽게 하고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물론 접대나 음주가 비즈니스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위계질서와 연공서열이 매우 중시되는 사회라서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긴장이 형성되고 이를 위한 일종의 탈출구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술은 사람들의 억눌렸던 감정을 분출하게 만드는 일종의 탈출구 역할을 함으로 써 과도한 스트레스를 막아준다. 그 때문에 한국인의 음주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국의 지방색은 사투리만큼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이는 진로발렌타인스의 부산, 대구, 제주, 광주지역의 사무실 이전식을 겪으면서 깨닫게 됐다.

이 네 지역의 사무실 개점 행사는 지방마다 다른 사투리처럼 서로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각각의 개점식은 모든 면에서 상당히 의례적이고 진지했지만,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개점식에 사용하는 고사상의 돼지머리 표정이 제각각 다른 것처럼 말이다 .

고사상에서 막걸리를 올리기 전에 막걸리 잔으로 원을 그리는 방향과 횟수가 지역에 따라 서로 달랐다. 또한 돼지머리에 절 하는 횟수도 지역에 따라 제각각 이었다. 돼지머리에 돈을 꽂는 것은 같았지만 돈의 액수라든지 어디에 돈을 꽂아야 하는지(입, 귀, 코 등)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나타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나에게 가장 강렬한 감동을 준 것은 바로 국악 이다.

몇 년 전 '임페리얼 클래식'을 재출시 하면서 제품의 특징을 고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로드쇼'를 벌인 적이 있다. 한번은 광주의 어느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식사를 하던 중 방 구석에 놓여있는 장구를 발견했다. 식당 여주인에게 물으니 자신이 판소리를 좋아하고 예전에 판소리를 한가락 했노라고 말해 우리는 즉석에서 주인에게 한 곡을 요청했다. 20여분에 걸쳐 판소리를 듣는 동안 나는 그 소리의 경이로움에 놀랐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보여준 감동적인 반응에 놀랐다.

이를 계기로 우리 회사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후원하기 위해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손을 잡고 임페리얼 장학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의 인연으로 나는 이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몇 번 가졌는데 공연장에서 이들이 보여준 재능과 공연 수준은 매우 뛰어났다.

우리의 후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랑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놀라운 경험을 통해 외국회사가 한국 전통음악을 지원한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장학금 후원사업과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의 인연이 오랫동안 지속돼 재능 있는 학생들이 전통 예술을 발전시키는데 기여 할 수 있길 바란다.

내가 처음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한국 문화에 대한 낯설음은 점차 경이로움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배운 부모에 대한 효,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공경,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서로 돕는 모습 등은 내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4년 간의 한국 생활 동안 이러한 가족 행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점차 익숙해진 내가 영국에 돌아가서 이를 버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한국의 인간적이고 귀중한 전통이 오랫동안 보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 아이들이 이 문화 속에서 그냥 몸으로 익숙해 지기 보다는 그 속에 녹아있는 가치와 그 문화를 유지 발전시켜 온 한국인의 올바른 정신을 함께 배워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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