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자산운용시장의 미래

[CEO칼럼]자산운용시장의 미래

오이겐뢰플러 하나알리안츠투신 대표이사
2004.02.02 08:01

[CEO칼럼]자산운용시장의 미래

한국자산운용시장은 미래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가계는 상당한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펀드나 주식에 대한 투자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개인적으로 노후를 대비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보통 펀드운용산업의 성장에 일조한다.

그러나 현재와 가까운 미래는 그다지 전망이 좋지 않다. 사실, 한국 자산운용업계는 어려운 시기에 있다. 1999년 250조를 넘어서며 절정에 달했던 수탁고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2003년 말 135조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평균 운용보수가 0.15%를 조금 웃돈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적인 자산운용에 대한 비용을 충분히 조달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투신운용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의 이유는 명확하다. 대우, 현대건설, SK 글로벌, 카드채와 같은 몇몇 기업들의 연속적인 위기들로부터 야기된 손실로 인해 투자자들이 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통합 자산운용업법에서 몇 가지 바람직한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투신운용사들은 장외 파생상품, 실물, 그리고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어 운용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중 특히 부동산 펀드는 큰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 부동산 펀드가 간접투자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 외의 지역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과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비슷한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산운용시장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첫째로, 투신운용사들은 합리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건전한 경쟁은 고객에게 뿐만 아니라 회사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도한 가격 경쟁은 결국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손해를 줄 뿐이다.

이러한 출혈경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한국 투신업계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즉, 고객기반이 취약한 소규모 운용사는 시장을 떠나거나 더 큰 운용사와 합병해야 할 것이다. 투신업계의 구조조정은 미약하나마 이미 시작되었고, 이 추세는 정부가 한투와 대투를 매각하는데 성공할 경우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로, 보다 중요한 것은 투신사와 판매사들이 신중한 장기 투자의 장점을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다. 투자결정은 적절한 자산배분에 의거해야지, 단기급등이 예상되는 자산을 찾아 다니는 것은 금물이다. 투신사들이 고객의 비현실적인 고수익 요구에 맞추기 위해 위험에 대한 설명도 없이 고위험 상품을 무책임하게 권하는 것도 문제 중 하나이다. 결국, 위험이 현실화되어 고객들로 하여금 돈을 잃게 한다면,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더 많은 자금이 펀드운용산업으로부터 빠져나갈 것이다.

투신사들은 단기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과도하게 리스크가 높은 상품을 거절함으로써 책임감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판매회사에게도 동일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자산운용시장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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