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원가공개와 경제정의
어느 외국의 이야기다. 그 나라에서는 석유가 생산되었는데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국제 유가가 4배 이상 폭등하면서 국내 가격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따라 석유회사들은 뜻하지 않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석유회사가 큰 이득을 보는 것은 그들의 경제적 기여와는 무관하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의 폭리를 막기 위해 폭리세법이 만들어졌다. 경제 정의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석유회사에게 생산량을 할당하고 그들을 감시할 정부기관도 만들었다. 기관운영에 매년 쓰인 예산은 석유회사들의 연간 이윤과 비슷했다.
하지만 석유회사들은 점차 시장에서 사라지더니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대형 석유회사마저 국유화되면서 `폭리세`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역할이 사실상 없어진 석유회사 감독기관만 살아남았다.
지금 일부에서 건설회사의 폭리를 막기 위해 공사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가에 적정 이윤만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가격에 절망해서 나오는 울분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주택가격을 낮추려면 공급은 늘리고 수요는 줄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청약제도나 양도세제를 바꾸고 세무조사를 벌여 수요를 줄이는데 치중했다. 지난해 수없이 쏟아진 부동산대책들도 수요관리 조치들이다. 이런 정책은 시행이 용이하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며 정치적 지지를 받기 쉽다.
한편 공급을 늘이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공급을 늘리려면, 더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며 규제는 줄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집짓는 것은 더 어렵게 하고 돈이 모이는 것은 막았다.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최근 주택공급이 활기를 띤 것은 공급여건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규제강화 이전에 사업을 착수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사업주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주택건설은 당분간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동안 쏟아진 강력한 조치들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헌재 신임 경제 부총리도 부작용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느 사업이든 기복이 있다. 호경기에는 분에 넘치는 이득을 보다가도 불경기에는 거의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주택사업은 특히 기복이 심하다. 1990년대에 두각을 나타냈던 주택업체들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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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일 때 많은 이윤을 얻었다고 해서 원가 공개를 제도화하고 가격을 통제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것이다. 당장은 싼값으로 주택을 구입할지 모르나 기업은 비용절감 노력을 소홀히하고 기술개발을 미룰 것이다. 공급은 점차 줄고 시장가격은 높아진다. 투기는 기승을 부리고 초과수요는 점점 커져 시장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가격통제는 결국 전체적으로 손실을 증가시킨다.
원가 공개는 법제화할 사항이 아니다. 발생된 이윤에 대해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면 된다. 이윤 때문에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면 모든 상품에 공평성을 기해야 한다. 주택만 원가를 공개해서는 안된다. 주택건설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에만 차별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공사 수주를 위해 입찰에 참가하는 기업에게 비용구조를 밝히라는 것은 수주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격과 이윤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도 문제다. 일부 단체나 정부가 그런 일을 훌륭히 해낼 만큼 유능하거나 정의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석유회사의 폭리를 막기 위해 취했던 조치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