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만 총통선거와 한국

[기자수첩] 대만 총통선거와 한국

김경환 기자
2004.03.22 07:37

[기자수첩] 대만 총통선거와 한국

선거 하루 전 발생한 저격 사건으로 전세계의 주목 속에 20일 치뤄졌던 대만 총통선거가 결국 집권 민진당 천수이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피격 사건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빙의 승부 속에서 점차 우위를 점해 나가며 승리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던 국민당의 롄잔 후보가 선거 결과에 불복을 선언함에 따라 대만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천수이볜은 선거 전날인 19일 오후 차량 유세 도중 러닝메이트인 뤼슈롄 부총통과 함께 저격을 당해 곧바로 인근 치메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천 총통은 다행히 중상을 입지 않고 곧 타이베이 총통 관저로 복귀했다. 그러나 그의 피격 사실은 대만에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고 동정표를 유발시켜 패배 상황에 몰려있던 천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 개표는 과정은 말 그대로 박빙의 승부였다. 1300만표 가운데 천수이볜 후보가 50.12%, 롄잔 후보가 49.88%를 득표했다. 차이는 불과 2만9518표에 불과했고, 무효표는 이 보다 10배 이상 많은 33만표나 나왔다.

롄잔 후보는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이미 패배가 가시화 되자 지지자들에 대한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불공정 선거였고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천 총통의 저격 사건이 선거 흐름을 바꾸는 불공정한 영향을 미쳤고, 저격 사건 자체에도 의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33만표가 무효 처리된 것이 음모라며 투표함의 재개표를 요구했다.

결국 선거 결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대만 고등 법원은 증거 보전을 위해 모든 투표함을 봉인할 것을 명령했고, 대만 선거 결과에 분노한 롄잔 후보 지지자들은 총통 관저 밖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앞으로 선거 무효 소송과 재검표 등을 둘러썬 대만 여·야 간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해보인다.

대만의 정치 현실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우리의 그 것과도 중첩된다. 정치투쟁, 암투, 음모설 등 한국에서 낯설지 않았던 풍경을 해외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할 따름이지만, 가슴 한 쪽이 싸늘해 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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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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