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교부 '감추고 부인하고'
"미션-청약률을 감춰라.".
청약 사상 최대 규모의 청약인파와 청약자금이 몰린 서울 용산 '시티파크'의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분양관계자는 건설교통부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쟁률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말라'는 건교부의 명령(?)이었다.
시공사는 건교부의 추상같은 엄포에 놀라 영업비밀을 핑계로 청약기간 중 중간 집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과열 청약의 바통을 이어받은 부천 중동 '위브더스테이트'와 '평촌 아크로타워' 청약에서도 건교부의 명령은 되풀이됐다. 각 시공사 관계자들은 "청약률이 지나치게(?) 높게 나오면 투기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공식집계는 하지 말라고 해서 안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지적이 일자 건교부는 해명자료까지 내며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건교부는 "어떤 형태로든 경쟁률을 발표하지 말라고 요청한 바 없다"며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건교부의 주장대로라면 각 사업주체들이나 금융기관들이 모두 거짓말을 한 셈이다. 과연 그럴까. 정황을 지켜본 이들과 각 업체들은 이러한 건교부의 주장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재확인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자칫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하는 눈치다.
물론 건교부의 요구가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이상 청약과열 현상이 발생할 경우 또다시 투기적 행태가 만연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는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리 '구두(口頭)'라지만 스스로 요청한 사실까지 부인하며 펄펄뛰는 건교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건교부가 이런 식의 아전인수격으로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 안정을 꾀한다면 언감생심이다. 시장 원리에 충실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국자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