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물타기는 위험..쉬는 것도 투자
"주식투자 10여년 만에 이런 폭락장세는 처음 봅니다. 아무리 대세 하락장이더라도 주가가 단기에 많이 떨어지면 반등해서 매도할 기회를 주는 데 이번에는 팔 기회를 주지 않고 그냥 급락하니까 팔수도 없고…. 그저 주식을 가득 안고 주가폭락을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옵션으로 헤징을 해놓았던 것도 주가가 예상했던 박스 범위를 훨씬 벗어나 엄청난 손해를 보았습니다. 이제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이틀 동안 5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자 펀드매니저와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등할 때 매도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반등은 오지 않고 14일 동안 176.87포인트(19.1%)나 폭락하자 할말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이제부터 하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던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1.67포인트(2.74%) 떨어진 768.46에 마감됐다. 이는 작년 11월25일(768.11) 이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종합지수도 10.16포인트(2.45%) 하락한 404.93에 거래를 마쳤다.
'비이성적 폭락'에 할말 잃은 투자자들...ABN암로에선 600선까지 하락 전망 '뒤숭숭'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종합주가는 802까지 올랐다. 종합주가가 20일 이동평균(867.63)에서 떨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이격도가 90까지 하락해 반등할 것이라던 기술적분석가들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이격도 90에서 반등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경험법칙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이 발표된 이후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서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이 커졌다. 이날 종가의 20일 이격도는 88.5. 한번 틀린 경험법칙이 아직도 맞는다면 다음주 월요일에는 틀림없이 반등할 것이다. 하지만 증시여건이 그렇게 호락하지 않아 두고 봐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대통령 탄핵기각과 주가하락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은 “주가가 이렇게 폭락하는데도 주식을 사주는 곳이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한국 증시를 다시 한번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짜리 주식이 속출하고 있지만 위험자산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증시 약세국면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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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속절없이 폭락하자 ABN암로증권에서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6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하락한다는 말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으나, 증시 체력이 워낙 떨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보고서는 투자심리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에는 세일이 없다
대장주인삼성전자는 이날 1만5500원(3.06%) 떨어진 49만1500원에 마감됐다. 최근 14일 동안 14만4500원(22.8%)나 폭락해 지난 1월15일 이후 처음으로 50만원이 무너졌다. 인텔이나 노키아보다 이익을 훨씬 많이 내는 세계적인 초우량기업 주가가 이처럼 헐값에 세일되고 있는데도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
SK텔레콤도 이번 주 내내 13.3%나 급락, 17만9000원으로 밀렸다. 이는 작년 6월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국민은행은 작년 10월1일 이후 처음으로 4만원이 무너졌으며LG전자도 지난 1월8일 이후 처음으로 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들이 1/4분기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외국인 매도와 유가급등, 중국쇼크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및 프로그램 매물이라는 폭풍을 맞고 좌초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주식에 세일은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려면 종합주가가 120일 이동평균(849.63)까지 이른 시일 안에 올라야 하는데 증시 주변여건을 볼 때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며 “800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도 “지금은 △종합주가가 지난 4월에 기록한 936.06이 고점으로 상승세가 끝난 것이냐와 △하반기에 다시 오를 수 있다면 바닥이 어디인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외국인 매물이 일단락되고 있어 종합주가는 일시적으로 75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도 하반기에 다시 전고점 위로 올라가는 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타기는 역시 위험..주가는 아무도 모른다
500만원을 7년만에 40억원 이상으로 불려 주식투자를 귀신처럼 잘해오던 대전의 L씨도 이번 폭락장에서는 ‘물타기 귀신’에 붙잡혀 손해를 보고 있다.<‘대전 L씨도 폭락장서 물타기로 큰 손해’ 참고> 주가가 많이 떨어져 싸보일지라도 증시가 무너지는 단계에서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물타기는 위험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다만 이날 폭락이 5470억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순매도(매수 1568억원, 매도 7039억원)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과다했다는 분석도 할 수 있다. 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을 1572계약(786억원) 순매도했고, 거래소에서도 3일 만에 소폭(31억원)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대규모 매도는 아니었다. 주말에 미국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경우 월요일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주식이 오르기만 하면 팔려고 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주가가 많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외국인의 주식보유가 많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한번 팔기로 의사결정을 하면 주가수준에 관계없이 매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민노당을 방문했던 ABN암로증권의 투자전략가가 한국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것은 외국인 투자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저가매수에 나서기보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현금이 가장 좋은 투자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