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신의 스톡옵션 나눠주는 CEO
“스톡옵션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보스의 스톡옵션을 받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미국의 유명 가전판매 업체인 베스트 바이의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브래드 앤더슨이 750만 달러(한화 90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일에 대한 CNN머니의 논평이다.
브래드 앤더슨은 1973년 오디오 부품을 판매하는 말단 영업사원으로 베스트 바이에 입사해 2002년에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알짜배기 ‘베스트 바이맨’이다. 그러므로 그의 결정은 자신의 스톡옵션을 단지 ‘직원’한테 넘겨 준 것이 아니라 베스트 바이가 성장하는 동안 고락을 같이 해 온 ‘후배들’과 함께 성과를 공유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객에 대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탁월한 기여를 한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그냥 하는 겉치레 인사가 아니다.
나아가 앤더슨의 발언의 근저에는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으며 그의 스톡옵션을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활용함으로써 높은 ‘신뢰’수준을 구축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를 연구하고 있는 미네소타대학 칼손경영대학원의 존 포섬 교수는 이와 관련, "CEO가 조직의 성공에 기여하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실 이런 CEO는 국외든 국내든 간에 많지 않으며 자신의 스톡옵션을 증여하기는커녕 직원들의 노동이나 고용불안을 대가로 자기몫을 챙기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이다.
비근한 예로 국내 한 은행의 행장과 임원들은 최근 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스톡옵션을 행사, 대박을 터트렸다.
경영진은 매각계약에 따라 상장폐지를 위해 스톡옵션도 없어야 하므로 모두 공개매수에 응했다며 정당한 권리행사임을 강조하지만 은행을 팔아 '돈잔치를 벌인 그들'에 대해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직원들의 정서는 좋을 리 없다.
올빼미 공시까지 감행하던 이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들먹이는 건 무모한 노릇일 터. 하지만 투자자와 직원들을 위해 브래드 앤더슨의 얘기를 한번쯤 새겨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