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대로 된 '간접투자 법' 만들기

[기자수첩]제대로 된 '간접투자 법' 만들기

이경호 기자
2004.05.30 20:26

[기자수첩]제대로 된 '간접투자 법' 만들기

부동산 투자의 길이 끊기고 있다. 아파트는 분양 받은 뒤 곧 바로 팔 수 없고, 땅은 땅의 용도 대로 사용할 때만 살 수 있다. 황금 알을 낳던 재건축은 규제가 많아져 재건축 자체가 거의 중단되다 시피했다. 기존 아파트도 사고 팔 때 내는 세금이 높아져 집을 옮겨갈 이사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도 다음달부터는 웃돈이 붙는 주거형태로는 아예 짓지 못하도록 제한될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자금은 넘쳐 난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는 여전히 당초 예정가에 비해 몇 배 많은 금액에 팔리고 있고, 대규모 개발지 주변에는 돈이 흘러 다니며 땅값을 끌어 올리고 있다.

단기간 고수익이 가능한 부동산 투자 자체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기침체-투자위축-자금수요 감소` 등으로 촉발된 저금리와 주가불안 등 대안 투자가 마땅치 않다는 데 원인이 있다.

그런면에서 볼 때 정부가 마련한 간접투자제도는 아주 시의 적절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부동자금을 제도권 투자로 모아 각종 부동산 개발 등 산업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특히 투기에 길들여 진 투자자들을 안정적인 투자의 길로 유도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부동산과 금융이 결합해 금융산업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데다 잘 만 되면 `돈 놓고 돈 먹기`식의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유출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자산운용사들의 `부동산펀드`에 기대 이상의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시장은 이런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 하다. 부동산을 누구 소유로 하고, 세금을 누가 내야 하는 문제로 자산운용사와 은행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다 간접투자 방식만으로는 부동산펀드도 만들 수 없게 됐다.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의 투자대상이 부동산을 사야만 하는 직접투자로 제한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눈 앞에 둔 펀드의 출시도 늦어지게 됐다.

처음 출발은 늦을 수 있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펀드에 대한 불신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부동산 값 안정과 건전한 부동산 투자처 제공, 부동자금의 산업자금화, 부동산과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기대가 한순간 '헛 말'이 된다.

법이 시행된 지 두달 여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 속히 법을 다시 정비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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