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손 놓은 금감원

[기자수첩]일손 놓은 금감원

윤선희 기자
2004.06.01 09:07

[기자수첩]일손 놓은 금감원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금융감독기구를 공무원 조직화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쏠리는 듯하자 아예 일손을 놔버린 직원들도 눈에 띈다.

위기 의식은 40대 팀장들이 특히 심하다. 한 금감원 팀장은 "10년 이상된 팀장들은 공무원 조직화하면 사무관이나 주사만 하다가 얼마 안돼 퇴출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고 토로했다. 1999년 감독기구 통합 이후 입사한 20~30대초반 직원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5기를 맞은 공채 기수들은 "이제 와서 (대학) 동기들이 먼저 자리잡은 공무원 조직에 들어가 '서자' 취급을 받느니 이직하겠다"고 말한다. 사정은 다르지만 공무원 신분의 금감위 직원들도 '조직 변화 바람'에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보니 한 몸처럼 똘똘 뭉쳤던 금감위·원이 '적'으로 변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지난달 금감위·원의 공적 민간기구화에 동조하는 일부 교수들의 심포지엄 강연자료를 기자실에 비치하는 문제와 경실련이 브리핑룸의 마이크를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금감위·원이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태생적 한계를 지닌 금융감독기구 개편 문제를 풀고 가야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와 관련부처가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절차를 밟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말 카드특감에 나선 감사원이 느닷없이 조직개편 문제를 거론하더니, 최근엔 이헌재 부총리가 이 문제를 거론, 분분한 해석을 낳게 했다.

공론화된 방안이 아니라 떠도는 관측과 소문에 휘말려 금융감독기구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게 보기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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