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당 거래소 방문과 주가 시위

[기자수첩]여당 거래소 방문과 주가 시위

이상배 기자
2004.06.04 08:21

[기자수첩]여당 거래소 방문과 주가 시위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의원들이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3일 공교롭게도 종합주가지수는 급락했다. 무려 34포인트가 떨어졌다. 증권거래소 사람들도 희한한 일로 여길 정도로 정치인들이 거래소를 찾는 날은 주가가 신통치 않다. 지난 3월16일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거래소를 찾았을 때도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0년 이후 주요 당 대표가 거래소를 방문한 8차례 가운데 6차례 주가가 하락했다. 지수가 오른 날은 90년 8월28일 김영삼 당시 민자당 총재(28.13포인트), 97년 11월1일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26.43포인트)가 거래소를 찾았을 때 2번 뿐이다.

 이 정도되면 정치인들이 거래소를 찾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을 것 같다. 주식시장이란 곳이 워낙 말이 많은 곳인데다가 정치 또한 이성보다는 감정에 따라 좌우되기 쉬워, 비록 오비이락이라 해도 뒤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다.

 이날도 천대표 일행이 거래소를 방문하기 전부터 주가가 이미 급락세를 타고 있었다. 그렇다고 징크스 때문에 방문을 취소할 수도 없었을 것.

 주가가 천 대표 일행을 반겨주지는 않았지만 여당과 증권업계 주요 인사들은 증시 살릴 방안에 대해 언성을 높아가며 설전을 벌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상품에 대해 과감한 세제 혜택을 달라고 요구했고 여당측은 증권상품에만 특혜를 줄 수 없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40분 가까이 논의를 했지만 시원스런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천 대표는 "나중에 비공개된 자리에서 술이나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한다"며 논의를 끝냈다.

 여당 일행이 40분여간의 간담회를 통해 얼마나 증권업계 인사들의 답답한 마음을 새기고 돌아갔는지 알 수 없다. 이날 한국은 주가가 4.27%가 하락,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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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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