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몽골 단상
얼마전 대한항공 초청으로 5일간 몽골을 방문했다. 수킬로미터의 시야거리가 보장되는 푸른 초원속에서 펼쳐진 청정의 대자연은 도시의 찌든 때에 익숙해져 있던 기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자연속의 몽골이 주는 신선한 느낌과는 반대로 몽골의 사회상은 사회주의의 묵은 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사회주의 시대에 소련 등 동구권으로부터 원조경제로 지어진 투박한 아파트들은 혹독한 겨울추위를 이기기 위한 목적이었다지만 벽두께가 무려 1미터에 육박한다. 튼튼하기만 할 뿐 수도와 냉난방 시설 등 편의성은 뒷전이다.그나마 노후화와 함께 도처에서 거대한 흉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과연 수요자를 먼저 고려하는 경제 체제였다면 이런 아파트들이 건설될 수가 있었을까.
길거리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청년 실업자는더 큰 문제로 보였다. 지방도시 므릉에서 청정호수인 흡수골로 기자를 태워준 운전 기사도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나온 엘리트출신이었다.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몇 안되던 국영기업마저 경쟁력을 잃고 상당수가 문을 닫는 바람에 청년실업이 늘었다.몽골 주산품인 캐시미어의 최대 생산 업체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여기에 몽골은 토지소유가 금지되어 있는 등 사회주의적인 규제가 아직 남아있어 외국기업이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유목민 기질과 사회주의가 결합돼 형성된 몽골인의 쎈 자존심도 시장개방을 지체하는 이유로 생각된다.
몽골은 최근 정권을 잡은 인민혁명당(옛 공산당)이 자본주의가 대세임을 인정하고 외국자본 유치에 힘쓰고 있다. 고비사막에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등 전향적 정책을 구사하며 대외 원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배우겠다며 열심히 벤치마킹하고 있는 몽골에 성장과 분배란 논란에 휩싸여 있는 우리는 이제 그들에게 무슨 교훈을 줄수 있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