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원과 황소개구리

[기자수첩] 영원과 황소개구리

김현지 기자
2004.06.08 12:51

[기자수첩] 영원과 황소개구리

 "CBO(채권담보부증권)는 조기에 잘라내지 않으면 주위를 모두 곪게 만들 겁니다 "

 '생태계'라는 것은 오묘한 것이라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되면 구석구석 해를 입는다. 벤처 생태계도 자연계와 마찬가지다.`벤처대란설’의 진원지인 프라이머리CBO는 빨리 토해내지 않으면 벤처기업을 죽이고, 더 나아가 벤처 생태계까지 위협하는 암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중소 벤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솎아낼 기업은 과감히 솎아내는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대부분 단기적인 자금 지원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응급수혈로는 부실 벤처기업이 쓰러지는 시간만 연장시켜 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부실 벤처만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소는 핏줄을 타고 생태계 구석구석으로 옮겨간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가격덤핑을 해서 물건을 내놓으면 주위 기업들도 덩달아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적이 나빠지게 되고, 실적이 나쁘면 주저앉은 주가가 상승세를 탈리 만무하다. 그러면 주가를 통해 투자 이익 회수에 나서는 벤처캐피탈의 주머니도 비어가게 된다. 투자 없이 벤처는 성장하지 못한다.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프라이머리CBO는 ‘영원’이라 불리는 동물을 연상케 한다. ‘영원’은 양서류에 속하는 동물인데, 이 중에 위협을 느끼면 피부를 통해 강한 독을 뿜어내는 종류가 있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황소개구리가 나타나 이 영원을 한입에 삼켜버린다.

배가 부른 황소개구리는 느긋하게 발을 옮기지만 곧 통증이 찾아온다. 뱃속에 들어간 영원의 몸에서 독기가 흘러나와 황소개구리의 위장을 녹이는 것이다. 황소개구리는 영원을 삼킨 후 몇 분 동안 생명을 연장하나, 곧 숨이 멎는다. 먹으면 안될 것을 먹은 잘못도, 생명이 끊어지기 전에 토해내지 않은 잘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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