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쓰레기만두 패닉

[기자수첩]쓰레기만두 패닉

서명훈 기자
2004.06.10 09:49

[기자수첩]쓰레기만두 패닉

“우리는 쓰레기 만두를 팔지 않습니다”

대형 할인매장에서부터 동네 수퍼에 이르기까지 냉동식품 진열대에는 어김없이 이런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만두뿐 아니라 냉동식품 시장 자체가 아예 얼어붙었다.

쓰레기 만두를 먹고, 아이들에게 먹여온 소비자들은 졸지에 자신들의 입이 '쓰레기통'이 됐다는 사실 앞에 패닉상태에 놓여있다.

비슷한 일이 일어날때마다 소비자들은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절규했다. 그게 쇠귀에 경읽기였다는 사실 앞에 허탈감과 절망감을 느끼며 만두의 '만'자만 들어가도 진저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패닉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냉정하게 객관적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89년 공업용 우지 라면 파동, 98년 포르말린 골뱅이 파동 때도 관련 업체들이 너남 없이 초토화되고, 소비자들은 먹거리 자체에 대한 신뢰와 입맛마저 상실하는 피해가 걷잡을수 없이 확산됐었다.

패닉은 실체를 정확히 알때 진정된다. 쓰레기만두 제조사실이 확인된 업체 명단을 10일 공개하기로 했음에도, 납품받은 대기업의 명단까지 모두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명단공개에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어느 기간에, 얼마만큼이, 어느회사에 납품됐는지 구체적으로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점이다. 쓰레기 만두가 어느정도의 '위해'가 있는지를 권위있는 기관의 데이터를 통해 정확히 알리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저 '혐의'선상에 오른 수십개 회사들의 이름을 덜렁 내놓는 것은 패닉 진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우리의 식탁에 질 좋은 만두를 다시 올려놓기 위해,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어 온 업체들을 두 번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한 옥석가리기가 이뤄져야 한다.

그보다 앞서 쓰레기 만두를 납품 받은 업체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일일까. 기업가적 양심도, 사회적 책임도 쓰레기 만두소에 뒤범벅 돼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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