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레이건과 증시휴장

[기자수첩] 레이건과 증시휴장

최규연 기자
2004.06.10 16:36

[기자수첩] 레이건과 증시휴장

"자유 시장과 자유 시민의 위대한 승리자였다."

존 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최고 경영자(CEO)는 5일 캘리포니아 벨 에어 자택에서 별세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이렇게 애도했다.

NYSE는 레이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사망 이후 첫거래일인 7일 개장 직후 2분간 묵념시간을 가졌고, 장례식일인 11일 휴장키로 결정했다. NYSE의 이같은 결정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 친화적인 레이건에 대한 '보은'의 의미가 강하다.

다른 대통령이 서거할 때도 뉴욕증시는 장례식날 휴장을 해왔다. 대통령의 사망은 국장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NYSE의 레이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데가 있다. 그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시장 친화적인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NYSE 객장을 직접 방문했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 현대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그가 재임했던 1980년대 미국은 경제와 정치 면에서 모두 비약적으로 성장해 냉전 경쟁에서 구 소련을 누르고 세계 유일 초강대국 시대를 열었다.

경제정책 면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공급 측면을 중시하는,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해 기록적인 호황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재임했던 지난 81년에서 89년 사이에 블루칩 모임인 다우존스 지수는 950에서 2200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형주 모임인 S&P 500 지수는 매년 14%씩 급등했다. 또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카리스마는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

물론 레이거노믹스가 쌍둥이 적자를 키웠고, 외교적으로 이란 콘트라 사건과 니카라과 반군 지원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가 '강한 미국'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 때문에 전미 대륙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한국증시가 기꺼운 마음으로 휴장할 수 있을까? 레이건의 장례식 앞두고 드는 생각이다.

9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유해가 든 관이 미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된 가운데 부인 낸시 여사가 군 의장대 사이로 보이는 남편의 관을 바라보고 있다. 낸시 여사 뒤로 딕 체니 부통령,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들들인 론 쥬니어와 마이클 레이건, 딸 패티 데이비스, 딕 체니 부통령의 부인 린 체니(좌에서 우로)가 보인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오는 11일 워싱턴 내서널 대성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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