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물이 얕으면 배가 뜨지 않는다

[내일의 전략] 물이 얕으면 배가 뜨지 않는다

홍찬선 기자
2004.06.10 17:32

[내일의 전략] 물이 얕으면 배가 뜨지 않는다

벌건 대낮에 출몰한 세 마리의 마녀는 증시를 고이 보내주지 않았다. 프로그램 매물과 외국인 매도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마음먹은 주식매물을 소화하기 위해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여 베이시스를 플러스로 만들어 놓으려고 기를 쓴 것도 심술 속의 심술이었다.

주가지수선물과 옵션 및 개별주식옵션의 만기가 함께 닥쳐 트리플위칭이었던 1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23포인트(1.54%) 떨어진 782.30에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는 0.54포인트(0.13%) 하락한 400.09에 거래를 마쳐 400선을 위협했다.

드디어 장기 데드크로스 발생..외국인 대량 매도로 추가 하락 우려

이날 60일 이동평균(849.25)이 120일 이동평균(849.65)을 하향 돌파했다. 종합주가가 본격적으로 대세 하락하던 2002년 7월16일 이후 23개월만에 장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당시보다 기업 이익이 많이 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처럼 주가가 계속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으나, 대형 호재가 나오지 않으면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급과 심리가 불안한데다 하반기부터 펀더멘털도 나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우선 수급이 불안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9338억원어치 팔고 3339억원어치 사는데 그쳐 5519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4월30일(7133억원)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트리플위칭을 맞아 프로그램 매도도 7252억원 쏟아져 매수(5581억원)보다 1671억원이나 많았다. 개인들이 502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급락하는 주가를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하락으로 방향을 잡은 주가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에 물이 얕으면 배가 뜨지 못하는 것처럼 증시에 주식을 살 돈이 없으니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펀더멘털(기업이익과 경제성장 등 기본적여건)도 나빠질 것이란 우려 대두

한 투자자문회사 운용본부장(상무)은 "최근에 철강업체에 기업방문을 가보니 이익 모멘텀(증가율)이 꺾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기전자와 IT 등도 LCD와 PDP 등을 중심으로 하반기부터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많이 갖고 있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은행원의 정규직 전환도 이익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 매도는우리금융하나-국민-기업-외환 신한지주 등 은행주와LG전자삼성전자등 LCD관련주 및 기아차 현대차 LG화학 등 경기관련주들에 집중됐다.

미국 증시가 금리인상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하락한데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어 투자심리도 불안해지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용 로켓발사 실험 등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이 났다고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그렇지만 사상자는 속출

이날 지수가 급락하고 하락종목도 거래소 442개, 코스닥 432개나 됐다. 하지만 주가가 오른 종목도 거래소 278개, 코스닥 349개나 됐다.남양유업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34만8000원에 마감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호산업은 5.81% 올랐으며 현대모비스(3.61%) 한진해운(3.36%) 대한해운(2.83%) 금호석유화학(2.45%) 등도 비교적 많이 올랐다.

코스닥에서도웹젠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으며 다음(2.83%) 레인콤(2.90%) 소디프신소재(4.44%) 기륭전자(1.99%) 등도 상승했다.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지수가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경기관련 대형주는 약세가 예상되는 반면 실적이 좋아지는데 주가는 오르지 못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종목장세가 펼쳐지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수가 하락 추세에 있을 때는 돈 벌 확률보다 잃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운좋게 한두 번 매매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한번 잘못으로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하락장에서 수없이 증명됐다. (주식을 상당부분 팔아) 몸을 가볍게 하고 시장 흐름을 살펴보다 확실히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확인(종합주가가 850 위로 올라갔을 때 등)한 뒤에 주식을 사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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