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보 회계논란 왜 했나?

[기자수첩]생보 회계논란 왜 했나?

최명용 기자
2004.06.13 22:02

[기자수첩]생보 회계논란 왜 했나?

"삼성생명이 부당회계를 저질렀다. 이를 바로 잡겠다!" 지난 3월초 금융감독위원회 이동걸부위원장은 이같은 요지의 발언을 하며 삼성생명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삼성생명이 회계적 왜곡을 통해 투자유가증권 평가익중 계약자 몫 2조원을 부당하게 주주 몫으로 계상해 왔는데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전광석화와 같이 TF팀이 꾸려지고 수차례 공청회가 열리는가 싶더니 불과 두달만에 감독규정 개정이란 형태로 실체화되는 듯 했다. 평가익에 덧붙여 처분익의 배분 기준마저 변경돼 삼성생명 계약자들에게 꽤 많은 돈이 돌아갈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회계학회, 보험학회 등과 삼성생명등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금감위는 투자유가증권 평가익만 손대는 선에서 회계기준을 변경키로 했다. 회계는 워낙 내용이 어렵다보니 100% 이해가 힘든 사안이기도 하지만 기자로서는 이번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정말 이해안되는 대목이 많았다.

 

우선 4개월동안 금감위 당국자와 TF팀, 생보업계 관계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이 문제에 매달렸는데 누구도 득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일 없이 결론이 났다는 사실이다. 계약자들이 받는 배당액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으며, 삼성생명도 손해를 본 게 없었다. 계약자, 주주(생보사), 금감위 당국자 등 관련된 당사자들이 결과적으로 모두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했다.

 

또 한가지는 금감위 이동걸부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부당회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는데 삼성생명에 대해 어떤 제재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2조원의 부당회계라면 이를 바로잡고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전혀 없었다. 부당 회계가 아닌데 고위 당국자가 잘못발표했던가 아니면 삼성생명을 엄청 봐주고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이 해당업종에 미치는 막강한 파워 뒤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섣부른 정책결정이나 설익은 발언은 업계발전을 저해하고 감독당국의 권위만 손상시킬 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