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엔론파산과 사회적 책임
기업의 파산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놓고 기업의 경영자였던 개인에게 범죄 혐의를 씌울수 있을 것인가. 이 같은 법정 공방이 미국에서 벌어지면서 기업의 사회·윤리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부정 스캔들 끝에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의 전(前)회장겸 최고경영자(CEO)였던 케니스 레이는 지난 8일 사기·투자자 기만 행위 등 11개 혐의로 기소돼 결국 법정에 섰다.
레이는 첫 심리에서 "회사의 파산과 이를 구하지 못한 나의 실패를 지금도 슬퍼하고 있지만, 실패는 범죄와 다르다"며 자신의 법률적 무죄를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경영상황을 모두 챙기기는 어렵다"며 무책임한 발언을 남겼다.
그러나 제임스 코미 법무차관은 "레이는 파산으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고, 회계 부정으로 '주식회사 미국'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며 그에 대한 유죄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레이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각종 선거에서 정치적 후원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둘 간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불어나며 정치 스캔들로까지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엔론은 파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경받는 미국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분식회계가 탄로나고 결국 파산에 이르면서 미국인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또 레이도 지금껏 구속된 경영자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사회·경제적 책임의 중요성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만든다. 기업들은 비록 수익성이라는 이기적인 목표를 갖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산업활동을 영위하면서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국 사회도 LG카드 사태 등을 겪으면서 기업의 무책임한 경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뼈져리게 느꼈다.
최근 신문지상을 통해 '영웅시대'라는 드라마가 방영으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러나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