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원장의 '다방론'
'카드 길거리 모집을 막아야었야(막았어야) 했나' '그랬다면 과연 카드대란이라는 험한 꼴은 안당할 수 있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의 카드 특감 결과 발표를 두고 '~했다면'이란 말이 유행처럼 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 가두 모집 금지 여부'다.
2001년 5월 금융감독위원회가 길거리 카드모집규제를 감독 규정에 포함하겠다고 나서자 규제개혁위원회가 반대했다. 시민단체는 물론 금융당국은 당시 길거리 모집 규제만 제대로 됐어도 파국은 막았었을 것이라며 규개위에 화살을 돌린다. 그러나 당시 규개위원장을 맡았던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다방론'을 꺼내 든다. '지붕없는 곳에서 모집하는 것은 안되고 커피숍에서 진치고 모집하는 것은 괜찮은가'.
한 관료도 "현금서비스를 받은 뒤 서민들이 고금리에 허덕이니까 부랴부랴 마련된 것이다. 건전성 문제였다면 신용카드사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게 하거나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더 높여야 했지 않았겠나"라며 한 숨을 내쉰다. 지금보면 당연한 규제같지만 당시 목적은 ‘고리대’ 해소였다는 비밀 공개다. 그러면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습 효과'로 무엇을 얻는 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변한다. "국민의 정부 들어 '50%룰'이라는 게 있었죠. 규제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거였습니다. 수량을 맞추다보니 필요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엄두도 못냈죠. 당시 금융당국이나 규개위 모두 나름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문제는 규개위를 거쳐야 윗선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었을 뿐입니다"
요즘 정부는 규제 완화에 한창이다. 서비스업·비서비스업 규제완화, 토지 규제 완화에 이어 '규제개혁 기획단'까지 만들어 1800개의 규제를 재검토하겠단다. 그러나 당장의 규제 완화 바람에 휩쓸리다 보면 또다른 위기의 부메랑이 돌아올 수 있다. 무언가를 바로잡기 위해 만든 만고불변의 정책이라도 규개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차관회의나 국무회의 테이블에 올라가지 못하는 시스템이 남아 있는 한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금융위기의 태풍은 항상 규제완화 바람뒤에 찾아왔음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