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김정태행장과 부메랑
금감위 징계에 대한 법적대응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국민은행이사회가 지난 14일 '판단 보류'를 선언했습니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법적대응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이사회에 제출했지만 이사회가 사실상 제동을 걸었습니다.
국민은행은 내심 이사회가 전폭 지지한다면 김정태 행장의 연임까지 시도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는 냉담했습니다. 이사회는 법적대응과 관련된 추가 자료를 요구하며 최종 결정을 다음달로 미뤘습니다. 일부에서는 국민은행의 법적대응은사실상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이사회를 보면 국민은행 지배구조는 끝내주게 투명하다고 평가할만 합니다.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거수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은행 이사회는 최소한 거수기가 아님을 증명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일을 놓고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김 행장이 너무 자신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김 행장이 경영투명성을 지나치게 자신한 나머지 이사회를 너무 독립적으로 구성했고, 결국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러다보니 정작 이사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때 이사회의 외면을 받았다는 거죠.
김 행장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 왔습니다.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도 다른 상장회사들처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정해지지만 국민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사외이사후보 자문단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토록 함으로써 이사회 구성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이사회 구성이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S&P는 국민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최우수등급 보다 한단계 낮은 '견실(Strong)'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S&P로부터 지배구조 평가를 받은 회사로는 국내에서 국민은행이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행장의 이같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정작 중요한 시점에 김 행장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국민은행 이사회에는 친관료, 친모피아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김행장이 당국에 맞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차기 은행장 선임에서도 김행장은 영향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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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게 공을 들여 지난해 정부지분을 모두 사들였건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노력의 결과로 다시 관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차기 국민은행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왜 하나같이 과천쪽만 쳐다보는 지 이해가 됩니다. 그게 세상 인심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