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합병과 통합
'합병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는국민은행이 10일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날 새벽 국민지부, 주택지부, 국민카드지부 노조가 통합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지붕을 이고 세집 살림을 하던 노조가 살림을 합치기로 합의하는 순간, 최우선 경영현안이자 3년의 숙원이 이뤄지는 순간, 3개 노조위원장과 강정원 행장은 손을 맞잡고 환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마 전임 김정태 행장이 이 장면을 봤다면 눈물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그토록 바랬던 '완전민영화'와 '단일노조 출범'이라는 두가지의 숙원사업 중 이루지 못한 한가지가 이뤄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 노조의 통합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처럼 사실상 노조간 합병이지 실질적인 통합은 아니다. 노조통합방식이 전조합원이 한명의 노조위원장을 선출해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3개 노조가 각각 노조위원장을 선출한 후 집행부를 합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내 현안에 대해 잇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던 3개 노조가 조직을 하나로 합쳤다고 해서 한순간에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합병(merger)과 통합(integration)은 다르다. 합병으로 조직은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회사에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일해왔던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이 같은 문화적 차이, 조직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합병비용만 치르고 합병효과는 보지 못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국민은행같은 대등합병의 경우에는 더하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AT커니의 분석에 따르면 합병 성공사례 중 대등합병은 겨우 7%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그 어느때보다 통합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맡고 있다. 강 행장이 취임사에 밝혔듯이 '합병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위기는 조직원을 단결시키는 법이다. 실제로 이번 노조통합에는 직원들의 강력한 통합요구가 노조를 압박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은행이 이번에야말로 '합병은 했지만 통합은 안된 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