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인, 선물을 팔기 시작하면..

[오늘의 포인트]외인, 선물을 팔기 시작하면..

권성희 기자
2004.12.23 11:45

[오늘의 포인트]외인, 선물을 팔기 시작하면..

890 회복을 시도한 뒤 다시 밀리는 모습이다. 890 회복 시도는 올 10월 이후 4번째. '이번에는 890 안착에 성공할까'하는 기대감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890을 뚫고 올라갈만한 힘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4번째 890을 시도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시도가 매물 소화 과정이냐, 즉 차곡차곡 매물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이냐 아니면 에너지만 소진시키면서 힘만 빼는 과정이냐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연구원은 "890 돌파를 위한 매물대 소화 과정이 아니라 에너지만 빼고 다시 밑으로 밀리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매수세가 한 곳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되면서 힘이 새고 있기 때문. 류 연구원은 "기업 실적이나 경기 모멘텀 등 증시의 기본적인 바탕으로 증시가 움직이는게 아니라 벤처 활성화 대책이니 수산주니 줄기세포주니 하는 테마와 재료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어 힘이 탄탄하게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 종목별 순환매는 계속되고 있지만 매기가 돌면서 서로 서로 끌어올려주는 선순환이 아니라 이쪽에서 반짝했다가 소멸하고 다른 쪽에서 다시 한번 반짝했다가 사그라드는 식으로 힘이 모이지가 않는다. 이는 주도주가 없다는데서도 드러난다.

류 연구원은 "890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중국 모멘텀인 소재주나 전기전자(IT)주, 두 축 가운데 하나가 올라가줘야 하는데 둘다 지금은 힘이 달려 보인다"고 말했다.

소재주의 경우 중국이 경기 성장을 계속하는한 가격이 급락하는 일은 없겠지만 큰 사이클 상으로는 고점을 쳤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로서는 올라가기 위한 힘이 부족하다. IT의 경우 최근 가격 메리트 때문에 반짝 반등했지만 수요 증가의 뚜렷한 신호가 없는 상태기 때문에 상승의 지속력은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IT주의 경우 본격적으로 수요가 살아나는 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장세를 주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IT 가격이 좀더 하락해서 수요가 살아나는 국면, 즉 이르면 내년 1분기 혹은 2분기는 돼야 IT주가 본격적으로 회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상무 역시 "기술적으로 보면 2일 연속 음봉이 나타나는 등 모습은 12월초 890 부근에서 미끄러지며 조정 국면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하다"며 "890을 뚫고 오르기보다는 한 차례 더 조정을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오늘(23일)은 전날 증권주 강세가 이어지는 속에서 은행주가 선전하고 있지만 금융주나 내수주, 배당주가 전고점을 뚫고 올라가는 견인 세력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현대증권 류 연구원은 지적했다.

류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선물로만 유입되고 있는데 전고점을 뚫기 위해서는 현물시장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긴 했지만 집중력 있는 매수세로 전환되지 못했고 외국인의 IT주 매수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여 추가 상승의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890 안착에 실패한다면 조정은 어디까지로 봐야할까. 미래에셋자산운용 손 상무는 "매월 2000억원씩 적립식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연기금도 매월 꾸준히 주식을 사고 있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초 경기는 부진하지만 내년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도 살아 있고 채권이나 은행 예금에 비해 주식의 투자 매력도도 높기 때문에 이전 890에서 조정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840 부근서 지지를 받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지난 2달간 증시는 박스권에서 횡보했지만 840에서의 강한 지지력은 증명이 됐다"며 2달간의 박스권 저점인 840의 지지력에 대해 믿음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횡보하다가 전고점이 뚫고 박스권이 상향 조정되는 과정을 거치치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좀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한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는 "11월, 12월 상승은 큰 의미가 없다"며 "연말이면 배당을 기대하고 자금이 유입돼 11월, 12월 증시는 강세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프로그램 매수 위주로 들어온 물량은 내년 1월에 모두 프로그램 매도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매니저는 또 "외국인이 현물은 안 사고 선물만 줄기차게 사는데 이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자들이라면 현물을 사서 배당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선물 사는 것은 단타를 노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배당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세력일 뿐 배당락이 지나면 모두 매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펀드매니저는 "외국인이 선물을 팔기 시작하면 시장을 지탱해온 프로그램 매수도 매도로 돌아서면서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장세는 경제 펀더멘털로 설명이 안 되는 수급장일 뿐이고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만 있을 뿐"이라며 "하반기 경기 회복은 너무 먼 얘기기 때문에 그 전에 좀 큰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조정의 폭을 지수로 말하지 않고 삼성전자로 얘기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40만원에서 2번째 지지를 받고 올라왔는데 이번 조정에서는 40만원이 확실히 깨질 수 있다고 본다"며 36만원선을 제시했다. 또 "최근 외국인 현물 매수의 80%가량이 삼성전자였는데 이는 삼성전자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배당금 계산이 골치아파 삼성전자 주식을 갚기 위해 매수에 나섰던 물량이 대부분이었다고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가 전날까지 7일간 이어졌는데 지난주 금요일까지 3일간은 순매수 규모가 10만주~35만주 사이였는데 이번주 들어 4만9000주, 3만주, 2만3000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45만원에 근접하면 외국인도 부담스럽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산타랠리 잠재운 'LPL 쇼크'

조정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23일 현재 선물시장에서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지수는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880은 깨졌다. 프로그램도 외국인 선물 매도로 차익매수가 줄어든데다 비차익에서는 오히려 순매도다. 외국인이 현물을 순매도 중이다. 일부 기관과 개인이 사고 있지만 조정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다.IT주 약세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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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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