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돈안되는 사람도 환영합니다"
지난 3일 오후 여의도 증권거래소 21층 대회의실. 국민은행의 기업설명회(IR)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강정원이라는 새로운 선장이 키를 잡은 후 처음으로 국민은행의 적나라한 모습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이어서인지 강 행장은 참석자의 질문을 잘못 이해해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하는 등 약간 미숙한 점도 보였습니다. 강 행장은 IR 후 기자와 만나 "이런 대규모 IR은 처음 해봤다"며 "조금 긴장됐다"고 실토를 하더군요.
이날 IR에서 기자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국민은행 영업전략의 변화였습니다. 바로 `디마케팅 전략의 철회'입니다. 은행권에 언제부턴가 디마케팅(De-marketing)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디마케팅이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을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전략입니다. 은행들이 '금융기관'에서 ‘금융회사’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른바 돈 되는 고객만 챙기겠다는 얘기입니다. 대부분 은행이 드러내지는 않았을 뿐 이 전략을 써 왔고 25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국민은행에서 특히 심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공과금 자동 납부기를 개발해 공과금 내러 오는 고객은 창구로 오지 못하게 유도했고 단순이체나 출금 등의 고객도 자동화기기로 내몰았습니다. 실제로 국민은행 지점에 가면 고객들이 자동화기기 앞에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을 쉽게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제 `돈 안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적극 영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돈되는 고객만 우대하고, 돈되는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는데 주력한 영업이었다면 이제는 돈이 안되는 고객을 설득해 돈 되는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2500만명의 고객중 국민은행의 관리를 받는 고객은 1%도 안된다. 이를 10%까지만 끌어올려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은행의 대다수 고객들이 `돈 안되는 고객’ 취급을 받으면서도 거래를 계속했던 것은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지점을 갖고 있어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민은행은 이같은 강점을 믿고 약간은 `거만한' 영업을 해 왔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은행이 고객서비스 최하위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민은행의 이같은 전략의 변화가 실제 지점 창구에서 고객들에게 어떤 변화로 나타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