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우리은행, 워리은행, 당행
은행담당 기자로 처음 출입했을 때의 일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던 중 "'우리 은행' 상품이 '우리은행' 것보다 더 나은 점이 많아요"라고 하더군요.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그는 다시 말했습니다. "우리 은행 상품이 '워리은행'꺼보다 더 좋다구요"
최근 금융권에서 `우리은행' 이름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앞의 경우처럼 은행들은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을 '워리'(우리의 영어식발음: woori)로 지칭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우리 은행'은 '당행'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상 대화에서 '당행'이나 '워리'은행이라 부를 수도 없어 혼란을 겪는 것도 사실입니다.
은행권에 '우리'라는 이름이 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은 오래 전입니다. 상업, 한일은행이 합병을 통해 한빛은행이라는 이름을 정할 때도,또 평화은행이 설립될 때, 그리고 투자금융회사에서 전환한 하나은행이 `하나'라는 이름을 정할 때도 고객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을 행명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은행들이 새로 출발할 때 이름을 고객이나 국민공모를 통해 정한 경우가 많았고, 그 때마다 제일 많이 나오는 이름이 '우리은행' 이었습니다. '우리'가 어감도 좋고 친밀감을 주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보통명사가 특정은행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은 불허하곤 했습니다.
이런 원칙을 고수했던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우리'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허용한 것은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라는 점 때문에 이름이라도 친근한 것을 붙여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상환토록 하라는 의도였습니다. 실제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을 허용할 2002년 5월 당시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냈던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으로서 당시 허용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막상 은행에 있으면서 보니까 나 스스로도 불편하더라"고 실토한 적이 있습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최근 하나은행, 국민은행도 보통명사라고 반박한 적이 있지만 '하나' '국민' 등은 고객 응대시나 행내 의견교환때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라는 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두고 3년이 지난 지금 소송까지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기자 스스로도 회의가 듭니다.
그래서 이런 해법을 제시해 봅니다. 앞으로 우리은행이 경영호조를 배경으로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우리은행이 새 주인을 찾으면 그 때는 우리은행이 '우리'라는 이름을 자진 반납하는 것이지요. 대신 그때까지 다른 은행들이 양해를 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양측을 중재하고요. 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