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고무신 신고 모래주머니 차고

[현장클릭]고무신 신고 모래주머니 차고

반준환 기자
2005.03.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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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고무신 신고 모래주머니 차고

최근 상호저축은행업계 CEO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먹고 살 만큼 수익을 내야 하지만 시장여건이 좋지 못한데다 최근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들이 늘어나면서 안팎의 시선도 곱지 못한 탓입니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저축은행 CEO들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부실화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합니다. 시장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틈새를 파고드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들은 지난 2000년부터 저축은행 업계가 앞다퉈 경쟁하다 전체가 부실화된 소액신용대출을 예로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축은행 CEO들도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할말이 많은 듯 합니다. CEO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위상이나 처한 현실이 CEO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 최근 기업은행에서 아이를 가진 출산 예정자들에게 예금금리를 0.1~1%포인트까지 더 준다는 이색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시판초기지만 업계에서는 이 상품에 최소 3000억~4000억원 이상이 유입될 것으로 볼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저축은행 업계에서 지난해 10월 출시했던 것입니다. 다섯달이나 먼저 만들어 냈고 금리도 기업은행 상품보다 높지만 5개월 동안의 수신고는 7억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상품이 은행에서는 수천억원의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저축은행에서는 수억원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처럼 현격한 브랜드의 차이 때문에 은행에서는 제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이 저축은행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예금가입 시점에서 이자부분을 미리 지급받는 선이자 예금이나 새벽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새벽대출상품 등은 틈새를 파고드는 기발함을 자랑했지만 결국 알려지도 못한채 사장되고 말았습니다.

 

저축은행이 부실화되는 데는 일부 소유주들의 도덕적 해이도 원인이지만 시장에서 경쟁이 힘들다는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틈새시장 공략과 사업수완은 탁월하지만 자본력의 열세와 낮은 인지도, 제도적 지원미비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고무신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셈이죠.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뛰고 있는 저축은행 CEO들이최근의 부정적 여론에 의욕을 잃지 말고 다시 한번 힘차게 뛰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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