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행정도시'의 미래상

[CEO칼럼]'행정도시'의 미래상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
2005.06.27 09:32

[CEO칼럼]'행정도시'의 미래상

'라스밸리', 관광지로 유명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산학협력의 요람인 '실리콘밸리'를 합성한 조어(造語)로 충남 연기군 일원에 들어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미래상를 그려본 것이다.

스페인어로 '초원'이란 뜻을 가진 인구 50만명 규모의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다. 19세기 말까지만해도 광업과 축산업을 영위하는 작은 마을이었으나 1905년 남부 캘리포니아와 솔트레이크시티를 잇는 철도가 놓이면서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도박시설 뿐 아니라 독특하고 화려한 호텔과 다채로운 공연장이 있어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각종 전시행사도 활발히 개최되는데 매년 가을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COMDEX)에 다녀가는 관광객만 25만명을 넘는다.

'라스베이거스'가 단조로운 주위 경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관광휴양지로 성장한 도시라면 '실리콘밸리'는 인근의 스탠포드 버클리대학과의 산학협동과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오늘날 반도체와 IT산업의 요람으로 우뚝섰다.

두 도시에서 인구 50만명이 살게될 '행정중심복합도시'(2200만평)의 미래상을 찾는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자족도시, 인간중심 도시, 환경친화적 도시, 문화 및 정보도시라는 행정도시의 목표가 이뤄진다면 '라스밸리'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도시계획이론가인 제인 쟈콥(Jane Jacob)은 그녀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생성과 소멸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에서 살기좋은 도시의 모습을 '활기찬 이웃'에서 찾았다. 저밀도 개발이니 녹지공간이니 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된 도시의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도시에서는 '낯선 사람들' 모두가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낯선 사람들'이란 구멍가게 아저씨나 식당 종업원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다.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치안도 좋아야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어울릴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가.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와 빌딩에서 '이웃의식'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 함부로 주차된 자동차로 걷기조차 힘든 인도, 끼어들기로 북새통인 도로, 자물쇠로 잠긴 화장실, 출입문을 가로 막은 건물들로 인해 도시생활은 인간미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웃의식을 되찾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다양한 토지이용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의 크기와 용도를 다양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빌딩 숲에서 쉴 수 있는 다양한 쉼터 또한 넉넉하게 확보돼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여름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 세계적인 기업이 몰리는 것은 다양한 문화가 섞일 수 있는 도시분위기 덕분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단순한 행정기능 위주의 도시가 되어서는 안된다. 행정도시가 '라스베이거스'와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살린 문화도시, 관광도시, 첨단도시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민 모두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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