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스테이블코인 입법…업계 "정책 소홀"

기약없는 스테이블코인 입법…업계 "정책 소홀"

성시호 기자
2026.05.12 17:26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강일·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상생과통일포럼 주최로 열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경제의 기회' 세미나./사진=성시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강일·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상생과통일포럼 주최로 열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경제의 기회' 세미나./사진=성시호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제도화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둘러싼 진통 속에 장기화하면서 가상자산 전후방 업계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제도 공백이 국내 시장의 경쟁력 저하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김태림 법무법인 액시스 변호사는 12일 국회에서 이강일·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상생과통일포럼 주최로 열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경제의 기회' 세미나에서 "한국이 입법 논쟁에 매몰된 사이 역외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이동한 자금은 160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내 거래소 5사의 스테이블코인 잔고 감소율은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선 케이맨제도 소재 법인이 발행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Q가 이더리움 체인에서 유통되는 실정이다.

김 변호사는 "시장이 닫혀있다면 거래는 멈추지 않고, 흐름이 역외로 바뀌게 된다"며 "EU(유럽연합)이 MiCA(가상자산시장법)으로 스테이블코인 거래·보유량과 적격요건·사전인가 등 까다로운 규제를 도입한 결과 USDT(테더)는 철수하고 USDC(서클)는 자회사 인가로 우회, 규제차익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슈아 타운슨 DCGG(디지털커런시거버넌스그룹) 글로벌 정책총괄은 "영국의 경우 B2B(기업간거래) 거래에 엄격하지만, 일상적 결제를 위한 스테이블코인을 향해선 유연한 규정을 적용하는 '이중 트랙' 규제"를 도입했다"며 "규제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선 실제 사용사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했다.

세미나에선 입법 지연에 대한 쓴소리가 줄지어 나왔다. 지난해 가을로 예고됐던 기본법 정부안 제출시점은 해를 넘긴 실정이다.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일본도 늦는 나라지만, 법을 마련했고 우리보다 먼저 자국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며 "중앙은행·감독당국 등이 상호 협조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 통과가 불발된 점에 비춰 관련 논의는 6·3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김 전 회장은 내다봤다. 정치권 일각에선 22대 국회가 지선 직후 후반기 상임위원회 재구성을 앞둔 탓에 법안 논의가 연말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안 논의를 주도한 여야 의원들은 연내 추진의지를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장 김상훈 의원은 "지선이 끝나자마자 법안을 심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얼마 전 민병덕 의원이 '정부안이 발의되지 않더라도 의원안을 통해 가상자산 육성체계를 만들자고 말했고, 나는 흔쾌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TF(태스크포스) 위원인 이강일 의원은 "국회에서 올해는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병덕 의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민간 가상자산이 아니라 미국이 달러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새 금융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의 디지털 금융시장과 통화질서는 쓰나미를 맞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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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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