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한국씨티은행에서 보도참고자료라는 메일이 왔다. 1일부터 시작되는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거점점포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참고자료에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으며 사측의 전향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하지 않은채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덧붙여져 있었다. 은행측은 특히 이례적으로 노조의 요구조건까지 일부 공개하면서 노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동안 사측이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는 노조의 잇따른 주장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더이상 못참겠다'는 메시지였다. 사측의 첫번째 강공인 셈이다. 물론 노조는 바로 다음날 사측 보도자료의 몇배 분량의 반박자료로 되받아 쳤다.
노사갈등의 최악 상황인 파업까지 갔지만 씨티은행 사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 중에 경영권이나 인사권에 해당되는 부분도 다수 포함돼 있어 절대 수용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은행 파업때 경영권 부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버티던 하영구 행장 모습을 떠올린다면 사측이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도 이미 내년까지 계속 싸워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장기전 태세를 갖춘 상황이다.
씨티은행이 이렇게 집안싸움에 힘을 빼고 있는 사이 나머지 은행들은 M&A다 공격경영이다 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본격적인 영업을 위한 필수조건인 전산통합도 하지 못한채 1년을 보냈다. 간판은 모두 한미은행에서 씨티은행으로 바꿔 달았지만 옛 씨티은행 고객이 한미은행 지점에 가서 할 수 있는 업무는 기본적인 거래 뿐이다. 가계대출, 펀드 및 보험상품 판매는 이미 오래전에 중단됐고 다음주면 신용카드 판매도 중단된다.
올해 은행간 전쟁이 국지전이었다면 내년은 전면전이라는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씨티은행의 국내 상륙에 잔뜩 긴장했던 경쟁 은행들은 어쩌면 씨티은행의 파업 사태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