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황우석과 김우중

[시평]황우석과 김우중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6.01.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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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말 온 나라가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으로 시끄러울 때 김우중 대우 전 회장은 병실에서 쓸쓸히 칠순을 맞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돌아보면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월급장이에서 출발하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밤낮 없이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벌인 김우중 전 회장과 농촌에서 태어나 비인기 분야인 수의학 전공자로 '월화수목금금금'의 연구로 매진하였던 황우석 박사는 극적인 몰락 직전까지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하여 부단한 노력으로 큰 성공을 이룬 사람으로 칭송 받아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두 사람의 몰락의 원인이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그들의 거짓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이다. 분식회계와 장부조작, 뇌물 등의 온갖 비리를 엮어 버티던 김우중 전 회장의 사업은 IMF 경제위기가 닥치자 사상누각과 같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한 때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추앙받던 그는 “세계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는 비난을 받다가 병에 지친 몸을 이끌고 귀국하게 된다. 황우석 박사 역시 온 국민의 기대를 받던 대부분의 연구와 논문이 치밀한 조작의 결과로 밝혀지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의 원천에서 비열한 사기꾼으로 전락하고만다.

 

두 사람의 거짓보다 필자를 더욱 놀라게 하며 걱정스럽게 하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분식회계, 장부조작, 비자금조성 등은 어느 기업이나 관행적으로 하는 것이고, 논문조작에 상관없이 원천기술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들의 거짓에 대해 보이는 지나치게 관용적인 태도이다.

 

우리가 영유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경제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모두가 높은 도덕성을 지니면서 살아야 한다는 관념적인 수준을 넘어 체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을 다년간 역임 한 후 얼마 전 은퇴한 알랜 그린스팬은 워튼 비즈니스 스쿨 졸업식 축사에서 오늘 날 미국 경제의 기반이 확고히 수립된 20세기 초 경제적 급성장은 경제구성원 간의 높은 신뢰도에 기반하였음을 역설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는 구성간의 끊임없는 거래와 계약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계약이 문서화되고 법적으로 그 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많은 계약과 거래는 결국 서로 간에 그 이행을 믿는 신뢰에 기반한 것이다. 만약 경제구성원 간의 신뢰도가 낮다면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치루어야 한다.

분식회계의 예를 들어보자. 분식회계를 자행하는 기업들이 많을수록 투자자들은 어느 기업이 얼마나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알 수 없게 되고 회계장부가 담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 자체를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정밀한 회계감사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그래도 믿을 수 없는 경우 투자 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기업과 경제에 큰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게된다.

 

경제구성원 개개인 간의 신뢰라는 버팀목으로 유지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한두 사람의 거짓으로 그 체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 하나쯤이야`라는 태도로 거짓을 행하고 신뢰를 저버릴 때 결국 경제체제는 무너질 수 밖에 없게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분식회계로 기업을 파산으로 내몬 월드컴 경영진에 대해 미국 법원은 흉악한 살인범에게 주어지는 형량과 동일한 2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버팀목인 신뢰를 무너뜨린 범죄는 경제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살인보다도 그 사회적 해악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서구 선진국이 이와 같이 경제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리고 거짓을 행한 자들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단순히 문화적 차이나 인정없는 행동로 치부하는 것은 절대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황우석과 김우중 사태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선진화되고 자본주의에 기반한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귀중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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