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독 사각' 대출중개업체

[기자수첩]'감독 사각' 대출중개업체

반준환 기자
2006.02.01 07:47

일부 저축은행에서 발생한 대출사기 사건이 밝혀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저축은행과 계약을 맺은 대출중개업체가 고객의 대출상환금을 중간에 가로채고 잠적하는 바람에 생긴 피해다. 금융기관에 대해 잘 모르는 고객들이 대출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대출은 저축은행에서 받고 상환은 중개업체의 계좌로 해버린 것이다.

피해사실은 중개업체가 피해자들의 돈을 챙겨 잠적한 후 대출관리를 하던 저축은행이 고객들에 연체사실을 통보하고 나서야 드러났다. 어렵게 대출을 받고 꼬박꼬박 상환액을 보낸 고객이나 저축은행이나 사기꾼에게는 그야말로 손쉬운 상대였던 셈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수와 금액이 크지는 않다. 해당 저축은행도 도덕적 책임을 들어 피해고객의 원리금 일부를 감면하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 사태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고 가까스로 신용불량을 모면한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당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몇백만원 손해는 정상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삶의 불씨를 꺼버릴 정도의 충격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같은 서민금융사를 통한 중개업체의 대출사기는 신용위기를 버티는 고객들에게는 '종기난 곳을 때리고 또 때리는 아픔'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번 일이 대출중개업체라는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대출중개업체를 이용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 중개업체는 소규모 다수로 이뤄진 서비스업체라는 속성 때문에 정부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을 대면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당국의 지도가 선행되야 한다. 금융기관이 영업을 위해 대출중개업체를 이용하다 사기 등 문제가 생기면 그들을 이용한 금융기관도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해서 대출사기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대출중개업체를 사실상 금융기관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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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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