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제개혁 "산넘어 산"

[광화문] 세제개혁 "산넘어 산"

정희경 경제부장
2006.02.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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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논쟁에 불이 붙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와 `근본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언급한 게 빌미가 됐지만 이미 예고된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진전 등에 따라 재정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성장잠재력이 회복되지 못하고 과세 형평성은 미흡하다며 세제개혁을 공언했다.

당시 세제개혁의 큰 방향은 `합리화·정상화'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거나 과세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게 `합리화와 정상화'는 증세에 다름아니어서 이들의 반발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세제개혁 논의가 이제 막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개혁이 구체화할수록 당사자의 반발이 커지면서 잡음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기재정운용계획' 자료를 들춰 보자. 우선 `면세점 범위가 다자녀 가구에 불리해 가구원이 많은 가정이 유리하도록 세제를 개선하겠다'는 대목은 이미 `1·2인가구 추가공제 폐지 검토'로 가시화했다. 이에 타격을 받게 되는 맞벌이 부부들은 `홑벌이 부부들보다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던 점을 보완하는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에 좀체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준금액(4000만원)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한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소득세 납부자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상을 시정한다'…. 이처럼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려면 보다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미래 대비를 위한 중장기적인 재원대책이 필요하다. 경기회복 추이를 고려하여 경제 왜곡 효과가 적은 조세조정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다'라는 대목에 이르면 세금 인상이 손에 잡힌다.

최소한 현재 경제여건과 사회분위기상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은 훨씬 어려워 보인다. 노 대통령이 증세를 시사한 후 불과 1주일 만에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을 정도다.

정부는 이달 중순 이후 공청회를 통해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큰 그림을 놓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소모적인 논쟁이나 불필요한 우려는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일정상,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회복궤도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경제여건상 제대로 된 논쟁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물론 노 대통령의 지난해 어록을 보면 정부가 어느 정도 대비책을 세워놓기는 했을 법하다.

"계획도면 그려놓고 도시개발하듯 차곡차곡 지어가는 그런 식의 제도 개선은 안되는가 봐요. 결국은 이런저런 바람도 타고 가다 이빨도 빠지고 들쑥날쑥하면서 제도들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자꾸 비과세가 살이 쪄가는데 실제로 비과세 부분을 잘라내려고 하면 얼마 못 잘라낼 것 같아서 조세개혁을 하고 있는데 크게 자신이 없어요."

노 대통령이 지난해 9월27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재정구조 및 비과세·감면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어쩌면 정부는 경제회복론에 의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주머니가 넉넉하면 비과세·감면 축소에 대한 반발도 수그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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