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엔화 대출 이대로 좋은가?

[시평]엔화 대출 이대로 좋은가?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06.02.0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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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로 대출을 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작년에 엔화대출을 받은 사람은 상당한 이득으로 싱글벙글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원·엔 환율은 2005년 초 100엔당 1000원이 넘었으나 그 후 약간의 부침을 제외하고는 줄곧 하락하여 현재는 100엔당 850원 안팎이다. 2005년 초 엔화로 100만엔을 빌린 사람은 1000만원을 빌린 셈이었지만 1년 후 막상 갚을 때는 850만원만 가지고도 원금 100만엔을 갚아버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자율도 원화에 비해 헐 값이나 다름없는 2~3%이니 이를 합해도 1000만원에서 크게 모자라는 셈이다. 대출을 받고도 오히려 돈을 되 갚을 때는 원금보다도 훨씬 적게 갚아도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상 일이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약 환율이 거꾸로 850원에서 1000원으로 움직였다면 일은 매우 심각해 진다. 역시 100만엔을 빌린 경우를 생각해 보면 850만원을 빌렸다가 막상 갚을 때는 원금만 1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이 1997~98년 겪은 외환위기는 환율의 변동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기간에 원 달러 환율이 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으니 당시 달러로 차입을 한 기업은 졸지에 원금만 2배 반이 증가한 셈이 되었다. 이러니 멀쩡한 기업도 궁지에 몰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에는 종금사들이 단기로 달러를 대량 차입해 기업들에게 대출해주는 등 무분별한 차입경영이 극심했기 때문에 환율급변의 충격이 순식간에 증폭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경제학자들은 외환위기가 경제를 어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무엇보다도 환율변화가 가져오는 대출 부담금의 변화를 들고 있다. 환율변동이 주는 가장 핵심적인 악영향이 바로 이로 인한 실질적인 대출액의 변동인 것이다.

 

과거에는 환율이 거의 고정되어 있었으므로 마음 놓고 외국에서 차입을 하더라도 환율변화에 따른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느슨한 자세에 일격을 가한 것이 1997-8년의 외환위기이다. 그 후 우리는 환율에 대해 공식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내 걸었고 실제로 환율은 수시로 변하고 있다. 이제 환율 변화에 따른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엔화로 빌려서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는 그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환율에 따른 위험 외에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의 변동에 따른 위험이 추가되는 것이다

 

위기는 여러 악재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에 발생한다. 한가지 악재 정도야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지만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닥친다면 이를 당해내기가 어려우며 파산과 같은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문제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몰려 다닌다는 사실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거품이 꺼지면 경기도 냉각되고, 이 경우 환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환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 경우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뼈저린 경험을 통해 평상시 위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큰 교훈을 얻었다. 작은 이득을 취하고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에 크게 노출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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