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빙자한 시장교란 막기 위해 관련 규정 정비 시급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 중의 하나가 공개매수(TOB, Take Over Bid)라 할 수 있다. 공개매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경영진을 압박하는 효과와 시장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행위에 대해 법적인 규제를 가하는 이유는 경영권 분쟁이 시장교란행위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여 시장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우리나라는 시장교란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또한 공개매수는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과 플레이어들을 유인하는 두 가지 방향에서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증권거래법에는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정되어 있으나,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개매수의 정의는 “공개매수란 회사의 지배권 획득 또는 강화를 목적으로 주식의 매수희망자가 매수기간,가격,수량 등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유가증권시장 외에서 불특정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이라고 되어있다.
미국의 관련법규에는 유사공개매수에 대해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유사공개매수에 대한 규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일일 주식가격의 변동폭을 규제하는 상한가 제도가 있으나 미국의 경우에는 상한가 제도가 없어 공개매수에 대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사공개매수행위는 우리나라와 같이 상한가 제도가 있는 경우에 폐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유사공개매수에 대한 규정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나라에는 유사공개매수란 규정은 없지만 여기에서는 “공개매수에 대한 법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공개매수와 유사한 효과를 노리는 행위”로 규정하기로 한다.
첫째로, 스톡 파킹(stock parking)한 주식을 인수하기 위한 경우에 사용될 수 있다. 스톡 파킹은 불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의결권이 박탈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경우 의결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하기 위하여 유사공개매수를 한다.
둘째로, 그린메일(greenmail)을 지급하기 위한 경우에 사용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당사자 간에 상호합의를 한 경우 그린메일등을 지급하게 되는데, 그린메일을 지급하는 것은 법적인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유사공개매수를 사용한다. 이는 공개매수에 대한 역공개매수를 유인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이 방법의 경우에는 대상기업의 경영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잠재되는 반면 그린메일을 받은 자는 법적인 제재를 회피하게 되어 방어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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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공개매수 규정을 피하면서 주식을 매집하고자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공개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공개매수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증권관리위원회에 제출하고 10일이 경과해야 한다. 또한 공개매수자는 그 신고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당해신고서의 사본을 공개매수할 유가증권의 발행인에게 송부하여야 하고, 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면 이를 2개 이상의 일간지에 게재하고 신고서 사본을 거래소에 제출하여야 하는 것과 같이 공개매수 규정은 매우 까다롭게 복잡하며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유사공개매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절차를 간소화 시킬 수 있다.
넷째로, 의결권 대결(Proxy fighting)에 필요한 위임장 확보를 방해하기 위한 경우에도 사용한다. 의결권 위임을 받고자 하는 경우 공격자에 비해 방어자는 여건상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유사공개매수를 제안하면 의결권 위임을 받는 비용을 가중시켜 방어자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다섯째로, 공개매수자금(takeover bid financing)의 출처를 숨기고자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공개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공개매수에 소요 되는 자금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투기자금의 경우에는 자금출처를 밝히기가 곤란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유사공개매수의 방법을 선택한다.
여섯째로, 공격자의 실체를 숨기기 위한 경우에 사용한다. 공개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공개매수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증권관리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하는데,공개매수신고서에는 1)공개매수자 및 대리인에 관한 사항,2)공개매수의 요령,3)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에 의한 증권등의 소유상황 및 거래상황,4)공개매수 하고자 하는 주권 등의 발행회사의 상황,5)교환의 대가로 인도할 유가증권 발행회사의 상황 등을 기재하여야 하는데, 유사공개매수의 경우에는 이러한 정보에 대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일곱째로, 주식시장에서 대상기업의 주가를 높이기 위한 경우에도 사용한다. 베어 허그(Bear's hug)와 급습(Dawn Raid)과 같은 전략은 대상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공개매수를 하게 되면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효과가 희석된다. 하지만 유사공개매수의 경우에는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여덟째로, 내부자의 범위, 특별관계자 그리고 법적 규제사항이 되는 참가자들의 범위에 의해 유사공개매수의 기법은 여러 방면에서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유사공개매수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게 발생할 것이다. 그로 인해 유사공개매수에 의한 폐해도 증가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증권거래법에는 적대적인 공개매수(hostile takeover bids)와 우호적인 공개매수(friendly takeover bids)에 대한 규정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공개매수는 적대적인 것이냐 우호적인 것이냐에 따라서 공개매수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다르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때문에 동일한 법규정을 적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공개매수에 대하여 테이크 오버 비드(Takeover Bids)와 텐더 오퍼(Tender offer)의 차이점에 대해 세부적으로 검토하여 법규정을 분리하여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 대한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적대적 M&A에 의한 시장교란행위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공개매수 규정은 매우 허술하다.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증가하는 흐름에 맞게 관련 규정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유사공개매수에 대한 규정은 시장교란행위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보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