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양극화해소' 정부의 역할

[시평]'양극화해소' 정부의 역할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06.03.0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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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특별기획팀의 이름으로 양극화에 관한 특집 보고서를 지금까지 두 차례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아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도 이들 보고서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양극화의 문제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무거운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는 평자로서는 이들 보고서를 읽고 나서 정치적인 프로파겐더를 위해 쓰여진 것이라는 생각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이들 보고서에 나타난 아전인수와 견강부회의 백미는 데이터를 인용하는데서 잘 나타난다. 특히 두 번째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에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통해 새로운 기적을 이루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일인당 국민소득이 1998년 7355달러에서 2004년 1만4162달러로 두 배 가량 증가했으며 수출은 물론 주가도 두 배 정도 올랐음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이 데이터를 읽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으로 왜곡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무식에 속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화폐인 원화로 나타낸 일인당 소득이 1998년과 2004년에 1400만 원으로 같았다고 하자. 그런데 대미 달러 환율이 1998년에 1400원이고 2004년에 1000원이면 달러로 표시한 소득은 1998년 1만 달러에서 2004년에는 1만4000달러로 40%나 증가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경우 경제성장이 일어났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미국에 사는 것도 아니고 달러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필자의 계산으로는 위 기간 동안 일인당 실질국민소득은 39.4%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5.7%였으며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2003년과 2004년의 연평균 성장률은 3.4%에 불과했다. 과연 기적은 일어난 것일까?

 

상기 보고서의 편협함은 서강학파의 종언을 선언하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보고서는 양극화가 서강학파에 의해 주도된 불균형성장의 결과 고도성장(보고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압축성장)과 함께 나타났다고 보고 이제는 균형성장을 추구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부문이 동시에 성장하고 혜택을 누리는 성장방식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결국 과거사를 정리하듯이 과거의 경제이론도 정리해 보자는 것인데 경제이론은 역사처럼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것이다.

 

보고서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성장방식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국제화와 개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명한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지금의 세계에서는 이와 같은 성장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서강학파 경제학자들이 과거에 자원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불균형 성장전략을 선택하였듯이 이제는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산업과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변형된 형태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왜 추구하는가? 참여정부의 생각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렇듯 서강학파가 추구한 불균형성장은 국제화와 개방화의 시대에 오히려 더욱 긴요한 이론이다. 다만 선택과 집중에서 소외된 계층과, 산업 그리고 지역을 어떻게 도와 성장의 대열에 합류하게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불균형성장은 보완되어야 하며 양극화에 관한 논의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서강학파가 분배의 문제에 소흘했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의 왜곡이자 모독이다. 서강학파 경제학자들이 활약하던 시대는 소득 분배가 개선되던 시기였다. 예를 들어 노동소득분배율은 단기적인 부침은 있었으나 1970년대 초반 이후 외환위기까지 계속하여 증가하였으며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은 놀랍게도 1970년대 후반이었다. 그런데 외환위기의 경우를 제외하면 분배를 가장 부르짖는 참여정부시대에 노동소득분배율이 정체하거나 하락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분배를 성장과 대립되는 축에 놓는 생각은 이미 한참 낡은 것임을 왜 모르는가?

 

청와대는 균형 성장이니 압축성장이니 하며 말의 성찬을 할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 성장의 활력을 찾게 할 것인지 합당하고 설득력 있는 방안을 먼저 내어 놓으라. 그런 연후에 증세든 감세든 국민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라. 선거철이 다가오는데 국민을 8대 2로 갈라 쳐서 편가르기를 하고 특정 학파를 왜곡하여 희생양으로 삼는 지극히 정치적인 경제보고서가 지금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참여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남은 집권 기간 동안 제발 과욕하지 말라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초석을 놓는 것으로만도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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