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노조 홈페이지에 지난 10일 오후 두 건의 투쟁속보가 올려졌다가 곧바로 삭제된 일이 있었다.
첫번째 투쟁속보는 회사측이 임금지급일인 오는 21일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정상 지급할 경우, 노조도 투자상품의 갱신과 대환업무는 허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펀드, 보험상품, 신용카드 등 신규상품 판매를 중단해온 노조태업에 대해 회사측이 고려하고 있는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실행하지 않으면 한발양보하겠다는 것이 노조 복안이었다.
전날인 9일 한국씨티은행이 이사회의 내외국인 비율을 5대5로 맞추고 행장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독립경영을 주장해 왔던 노조와 화해무드도 감지됐다.
그러나 공교롭게 이날 회사측은 비조합원 신분인 지점장들에게 전화를 통해 지점장에게 판매중단된 상품의 취급을 재개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전격 통보했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책임지고 조합원들을 설득하라는 메시지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노조는 10일 부랴부랴 은행측에 대해 13일 오전까지 9일 지점장에게 통보한 내용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첫번째 투쟁속보에서 밝힌 결의를 철회하겠다는 두번째 속보를 올렸다. 기자가 사유를 묻자 노조는 황급히 이날 두 건의 메시지를 삭제했다. 실수로 민감한 문건이 홈페이지에 노출됐다는 이유다. 13일까지 은행측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뜻이었으나 회사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결국 노조는 두번째 투쟁속보 방침대로 갈 모양이다.
씨티은행의 경우는 노사갈등이 겉으로 격렬하게 표출되지 않으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속으로 곪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양측의 강경태도가 또다른 강경을 부르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맴돌고 있다.
장기간 파업이나 태업은 회사와 직원모두에게 손해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며 한국에서 씨티그룹의 이미지도 많이 구겨진 상태다. 씨티은행 노사 양측이 이제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협상의 코드를 찾을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