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은행 '싸움의 기술'

[기자수첩]저축은행 '싸움의 기술'

반준환 기자
2006.03.23 10:45

기자가 제2금융권 담당으로 배치받았던 시기는 2004년초 저축은행은 소액대출 부실화에 든 멍으로 소생불가능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기자 또한 심리는 다르지 않았다. 예금할만한 저축은행을 추천해 달라는 주위분들의 말에 반 벙어리마냥, "예금자 보호한도인 5000만원까지만 맡기시라"며 어물쩍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뼈저린 교훈을 얻은 저축은행들이 경영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고위험 신용대출을 안정적인 부동산 담보대출이 대체했고 수익성도 회복세를 탔다. 주주들도 실적배당을 줄여 부실처리 비용에 충당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저축은행의 체력은 좋아졌지만 인적 인프라는 제2의 도약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 상위권 저축은행 한 곳에서 이면계약으로 무리한 대출을 시도했던 일이 있었다. 선박구입자금 대출과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처음 시도하는 업무라 담당자가 저축은행 중앙회 업무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

당시 중앙회에서는 규정에 문제가 있다면 업계 및 금감원과 논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저축은행에서는 귀찮다며 이면계약 형태로 규정을 빠져나가는 길을 택했다. 결국 다른 이유 때문에 해당대출은 무산됐지만, 수익만 낼 수 있다면 이면계약이라도 상관없다는 당시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싸움의 기술'의 한 장면처럼 약자가 할 수 있는 싸움법은 맥주병 깨기, 화병던지기, 모래뿌리기 등 변칙적이고 재빠른 공략이다. 하지만 이제 저축은행은 약자임을 핑계로 변칙영업을 주장하기는 적합치 않아 보인다. 이미 고객기반이나 여수신규모에서 지방은행 수준으로 오른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구태와 같은 행동방식을 벗지 못한다면, 저축은행은 여전히 뒷골목의 불량학생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저축은행도 제대로 된 링에서 제대로 싸워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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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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