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 기자생활을 하면서 알았던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 "요즘은 청와대를 담당한다"고 말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참여정부에 대한 이러저러한 불만들을 들어주는 일이다.
"'8·31대책' 나오고 나서 전세값만 올라 힘들어 죽겠다"(모 투자자문사 무주택자 총각 임원)
"나는 강남 아파트에서 평생 살아왔는데 종합부동산세를 내라니, 퇴직하고서는 전혀 생소한 곳으로 이사가란 말이냐"(모 증권사 임원)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만 기용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 같다. 경제정책을 보면 상당히 편협되고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든다"(모 회계법인 대표변호사)
"기업인을 마치 죄인처럼 취급하니 기업할 맛이 나겠나"(모 중소기업 사장)
기업인·금융인 상당수가 참여정부에 대해 반(反)기업적, 반(反)시장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지난 3년간 참여정부 국정운영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얘기를 들어보면 정책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비판도 적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최근 노 대통령이 경제인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하는가 하면 경제5단체장을 처음으로 청와대에 초청, 오찬을 같이하며 의견을 주고 받기로 하는 등 경제계와 스킨십을 자주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계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서로를 너무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이렇게 가야 하는데 왜 기업인들은 몰라줄까"라고 섭섭해하고 기업인들은 "지금도 어려운데 대통령은 도대체 왜 저러지"라며 원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디 노 대통령이 시도하는 대화가 기업인·금융인에게는 정책에 대한 불만을 솔직히 털어놓고 주장할 바가 있다면 주장하고 또 오해가 있었다면 해소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노 대통령에게는 국정운영에서 미숙한 점이나 현실을 무시한 측면이 있었다면 교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자주 대화하면 화합과 상생의 결실을 맺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도약하자는 비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