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받고 리포트를 써 줄 수는 없죠. 언제 좋은 리포트가 나올지 합법적으로 알고 거래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닙니까?”
KRP(KRX 리서치 프로젝트)에 '불참'을 선언한 한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KRP란 코스닥시장본부가 직접 상장기업과 증권사를 연계해 주기적으로 분석리포트를 내놓는 제도. 규모가 작거나 주목을 받지 못해 리서치 대상에서 소외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4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현재까지 KRP를 신청한 기업은 96개사로 15개 증권사가 참여 중이다. 한 기업당 2개의 증권사가 분기별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증권사는 해당 기업으로부터 500만원씩을 받는다. 한 기업은 연간 1000만원을 내야하지만 이중 700만원을 KRX가 지원한다. 현재까지 41개 기업분석 리포트가 나오면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우선 보고서 제목만 봐도 ‘시장선도', '새로운 강자', '턴어라운드' 등 긍정적인 리포트 일색이다. 때문에 분기별 리포트 발생시점을 예측한 기관들의 '합법적인 조작'으로 개미들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KRP참가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돈을 받고 어떻게 나쁜 의견을 쓰겠느냐”며 “기업분석 결과가 안좋으면 안쓰면 그만이지만, KRP제도 하에서는 기한 내 강제로 써내야 하는 만큼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기관들의 악용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리포트가 언제 나올지 합법적으로 알고 거래한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KRP가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우량 성장기업 발굴 및 기관참여 유도를 통해 '합리(合理)적인 시장가격'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만들어지는 동안 KRP리포트를 '맹신'하다가 낭패를 보는 개인투자자들이 생길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 걱정이 기우일 수 있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