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지난 24일 까르푸 모홍보담당 임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후 들려온 자동응답용 기계음이다.
회사 전화번호로 다시 수화기를 들었지만, “더 이상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담당 비서의 냉랭한 얘기만 돌아왔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어쩌다 홍보담당 임원이 기자들의 전화를 거부하기에 이르렀을까.
까르푸가 이런 행태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까르푸는 지난 13일롯데쇼핑,신세계, 홈플러스, 이랜드 등 인수의향서를 낸 네 곳 업체 모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물의를 일으키자, “다음주 중 한국까르푸의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딜의 프로세스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예정된 기자회견은 공식적인 해명 한마디 없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까르푸가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는 언론의 융단폭격으로 인해 필립 브로야니고 사장의 심기가 불편해 졌기 때문이라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까르푸는 지난 3월3일에도 “특정회사와 인수, 합병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악의적인 루머가 계속될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까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가,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4일 한국 철수를 시인한 바 있다.
현재 롯데쇼핑이 유일하게 까르푸를 실사하면서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여러 가지 인수조건을 놓고 까르푸 측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롯데쇼핑이 까르푸의 새주인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여전히 까르푸다. 한국 점포를 팔고 훌쩍 떠나면 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매각과정에서 보여준 프랑스 기업의 구겨진 이미지는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오는 6월 한국과 프랑스 양국은 수교 1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다. 프랑스의 삼색 깃발에서 까르푸의 잔영이 어른거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