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고유가 어떻게 볼 것인가?

[시평]고유가 어떻게 볼 것인가?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06.05.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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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치솟은 상태에서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경제학 원론에서는 고유가가 단기간 유지될 수는 있어도 장기간 지속될 수는 없다고 가르친다. 그 이유는 인위적인 공급감소는 석유공급국가 사이의 이해관계 차이로 유지되기 어렵고, 설혹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대체 에너지 개발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고유가를 지탱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고유가는 이런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고유가가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며 심지어 최근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는 "배럴 당 200불 시대에 살아 남는 법"이라는 책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고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는 많이 존재한다. 미국경제의 전후 9번의 경제침체 중 8번의 경우, 침체 직전에 유가의 급속한 상승이 있었다는 점은 우리가 유가의 급등을 우려하는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의 유가 급등은 그 이전의 유가 급등에 비해 그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가장 최근 두 번의 경기침체기인 1990년대 초와 2001년의 경기침체 직전에도 걸프전쟁 등에 의해 예외 없이 유가 급등이 있었으나 그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고유가는 이러한 낙관적인 견해에 대한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 이유는 이번 고유가가 이전과는 달리 장기간 지속되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영향력이 약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그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다시 한번 고유가에 의한 경제 타격이 심각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겨우 회복 단계에 접어든 한국 경제도 이러한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채 피어 오르지도 못하고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유가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첫째,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고유가의 원인은 공급측 충격이라기 보다는 수요측 충격이 보다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던 석유파동의 특징을 보면 공급측의 인위적인 공급제한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OPEC로 대표되는 석유 공급국가의 가격규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번 고유가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폭발적인 석유수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다 올바르다. OPEC는 현재 세계수요의 2%정도만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반면 석유 수요는 1980년 연 0.5% 증가율을 보인 이후, 1990년대는 매년 1.5% 증가하였으며 2000-2005년에는 중국 및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석유수요 확대로 연 1.7% 증가하였다. 생산능력은 그간 저유가로 시설확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의 증가는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과거의 경험을 살펴보면 수요측 원인으로 유가가 상승한 경우, 적어도 단기간 지속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였다. 왜냐하면 수요측 원인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것은 석유 수요를 초래하는 충분한 경제적 이유를 수반하는 경우이므로, 그만큼 경제 스스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 지금과 같이 신흥시장이 계속적으로 팽창한다면 수요측 충격이 지속될 것이고, 이 경우는 그 영향력이 보다 클 가능성도 존재한다.

 

둘째, 대부분의 고유가 충격은 물가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화폐긴축을 초래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왔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한국경제의 경우는 물가에 대한 영향이 아직까지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그 이면에는 최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환율하락이 존재한다. 비록 달러로 표시된 유가는 증가하고 있지만, 달러가 원화로 변경될 때 적용되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원화로 계산된 유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견딜만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세계경제는 그 동안 유가 상승에 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체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유가 상승에 대해서는 내성을 키워 온 상태이다.

 

이제 우리는 고유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든 듯 하다. 어차피 지속될 고유가라면 너무 겁만 먹고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현재 상태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더불어, 웬만한 충격에는 견딜 수 있는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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