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떠밀려 포스코사태 강경진압 나서나

여론에 떠밀려 포스코사태 강경진압 나서나

강기택 기자
2006.07.20 17:59

초기 진압 실패한 정부의 패착..청와대가 강경 진압 '총대'

포항건설노조의포스코(340,500원 ▲8,000 +2.41%)본사 불법 점검 사태에 대해 정부가 결국 강경진압이란 최후의 칼을 빼들게 됐다.

포스코 사태를 놓고 20일 하루동안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 청와대 대변인이 조기 진압을 밝혔고 경제단체는 정부의 적극 대응을 요구했다.

여기에 경찰청장이 포항 현지로 내려갔다. 강경진압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어떤 형태로 정리되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는 정부의 부담을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초기 진압을 못하고 우왕좌왕했고 뒤늦게 법무,행정자치,노동부 등 3개 부처의 담화문을 내는 등 구두개입만 하다가 청와대가 여론에 밀려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정부의 패착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와 직원들, 포항시민들이 이미 피해를 볼대로 본 뒤여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도 사실상 파업한 셈

정부는 불법 점거가 시작된지 6일만인 지난 18일에서야 법무, 행정자치, 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공동담화문을 발표한 뒤 엄정 대처를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담화문에서 점거농성을 자진 해산할 경우 교섭을 주선하는 등 최대한 선처할 계획이라고 말해 '엄정대처'와 '선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담화문 이후에도 아무런 후속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민노총이 포항시내에서 지지집회를 열고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포스코 본사 농성현장을 찾는 동안 천정배(법무), 이용섭(행정자치), 이상수(노동) 등 해당부처 장관은 이후에 어떤 구체적인 대처행위도 하지 않았다.

경제단체들이 20일 정부가 말로만 떠들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정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청와대가 이날 개입의지를 강력하게 밝혔지만 임금과 노동조건 향상 정도를 내걸었던 건설노조가 대정부투쟁을 선언할만큼 간덩이가 커졌고 그만큼 사태는 확산된 상태다.

민노당, 사태확산의 한축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이 민노당을 비롯한 민주노총 산하 전국 노동단체들이 건설노조의 파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노조의 강경입장에 힘을 실어주며 단순 노사대립을 '노.정간 대립'으로 몰고 갔다. 청와대의 늑장대처가 결국 정치적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단병호 의원 등 민노당 지도부는 포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이번 사태에 정부와 포스코가 소극적인 대화로 일관한다면 이는 민중봉기를 예견하는 상황으로 가는 길이 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까지 말하며 선동에 열을 올렸다.

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의 부인 김향숙씨가 민노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이자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도의원이라는 점은 민노당이 당 차원의 외곽지원을 펼치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이에 따라 정부 역시 공권력 투입에 부담을 갖게 된 측면이 있다.

경찰 진압 부담 경감 "청와대가 총대 맸다"

경찰은 청와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른바 '총대를 매고" 나옴에 따라 진압작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경찰은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대기중이었지만 정부가 '선해산, 후선처'식의 발언 때문에 쉽사리 진압에 나서지 못했다.

경찰은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경찰의 농민시위 진압과정에서 농민이 사망하면서 허준영 경찰청장이 텀터기를 쓰고 옷을 벗는 과정을 지켜 본 경찰로서는 청와대 등 윗선에서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까지 내심 망설이고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반면 노동자, 서민 등의 지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노동계를 자극해 적대적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 등에 따라 책임도 면피하고 부드러운 해결책을 찾던 청와대는 중압감이 배가됐다.

최대의 피해자, 포스코

청와대가 얼마나 강도높게 개입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가장 큰 피해는 포스코다. 파이넥스공장 등 제철소내 34개 기계.설비건설 공사 중지에 따른 손실과 대외신인도 타격 등은 포스코가 두고 두고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 이외에도 포스코가 본사를 정비하고 정상화하는 동안에도 피해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특히 청와대는 국가기간시설이 8일이나 노조의 불법점거에 방치된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포스코가 갖는 특수성과 상징성을 정치적인 이해 때문에 감안하지 않았던 것이 청와대의 패착으로 귀결된 셈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투입해야 할 거였다면 차라리 조기에 하는 것이 비난도 덜 받고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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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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