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았어! 지금가면 모두 구속이야!"
자진해산 대열은 순식간에 우르르 무너졌다. 선봉대 한명이 외친 유언비어가 노조원들을 겁먹게 만들었다. 윗층에서 의자를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4층과 5층사이의 진입로는 막혀버렸다. 스스로 철거했던 '바리케이트'도 다시 만들어졌다.
지난 20일 밤 9시 이후 포스코 본관에서 10여분 동안 벌어졌던 일이다. 건설노조는 밤 8시쯤부터 자진해산 움직임을 보이다 돌연 해산방침을 철회했다. 4층에서 대기하던 경찰은 어안이 벙벙해진 모습이었다. 경찰은 해산하는 노조원들을 한명한명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어쩔 수 없이 준비했던 3개 중대병력을 후퇴시켰다.
그 와중에 해산대열 맨 앞에 서있던 일반 노조원 한명이 내려왔다. 떨어지는 의자를 피해 4층으로 뛰어들었다. 보일러 배관이나 엘리베이터 줄이 아닌 건물의 정상 출구로 나온 첫번째 노조원이었다. 건물 벽면에서 떨어진 횟가루가 입고 있던 '투쟁조끼'에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농성 중이던 8일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꾀죄죄한 외모는 보는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였다. 경찰조사 과정에서는 자진해 내려온 것이라고 에둘렀다. 그러나 사실은 집행부가 해산방침을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얼떨결에 내려온 것이었다. 일반 노조원은 귀가조치하겠다던 경찰방침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붉은색 투쟁조끼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다. 같이 내려오던 동료들에게 미안한 모습이었다.
뒤이어 30여명이 다시 배관을 타고 내려왔다. 위험한 모습이었다. 여러명이 배관을 타다 다칠 수도 있었다. 40명이 더 내려왔다. 안에서는 동요가 상당한 듯 했다. 대세가 기울었는데 노조 집행부만 버티는 형국이었다. 집행부는 집요했다. 기자들에게 문자메세지도 날렸다. "경찰이 약속을 어겼다. 해산은 없다." 기자들은 노조 말만 믿고 상황이 다시 팽팽한 대치형국으로 가고 있다고 속보를 썼다.
노조원들도 같은 내용의 메세지를 받았다. 선봉대는 쇠파이프를 들고 진입로를 지켰다. 그러나 물꼬가 트이자 댐도 무너졌다. 단순가담했던 일반 노조원들의 엑소더스였다. 농성대가 와해되고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애꿎게 다시 쌓인 의자들만 노조원들의 해산을 가로막았다.
집행부는 그제서야 포기했다. 새벽 5시가 돼서야 1530여명의 노조원들이 모두 내려올 수 있었다. 더 일찍, 위험하지 않게 내려올 수도 있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노조 핵심 지도부와 강성 가담자 등 파업 주동세력을 엄벌할 방침이다.